아베 "한국은 약속 지켜라"…문 대통령 "기술패권 위협에 적극 대응"

입력 2019-07-22 17:28
수정 2019-07-23 01:15
선거 이긴 아베, 강경 입장 고수
추가 수출규제 예고


[ 김동욱 기자 ] “한·일관계는 (현재 당면한) 최대 문제다. 한국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일방적으로 깼다. 신뢰의 문제로 한국은 국가 간 약속과 조약을 지켜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참의원(상원) 선거승리 기념 기자회견을 하며 “한국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고 비난했다. 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안전보장상 이유에 따른 운영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참의원 선거가 끝났지만 한국에 대한 보복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현행 헌법을 수정하겠다는 개헌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강경노선 지속 예고한 일본

아베 총리는 이틀 연속 한국에 대한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21일 “한국이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22일엔 “한국은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공세는 정부 부처에서도 감지됐다. 일본 정부의 당국자는 이날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 전략물자 관리와 관련한 문제가 아직까지 발생한 것은 없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4일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형식적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내달 중순께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강 대 강의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일 양국은 당장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 맞부딪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정식 의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지난 4월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상소기구 심리에서 승소를 끌어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일본에선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이 파견돼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면승부를 벌인다.

이어 내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이 만나 얼어붙은 한·일관계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아베 “개헌 계속 추진하겠다”

지난 21일 총 124석을 두고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은 57석을 획득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14석을 얻어 일본 여권은 총 71석을 확보해 과반 의석을 거뒀다. 일본 여권은 이번에 선거를 치르지 않은 기존 의석 70석을 더해 총 141석을 확보, 전체 참의원 의석(245석)의 과반도 점유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개헌과 관련해선 친(親)개헌 세력인 일본유신회와 일부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 16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발의선인 정족수 3분의 2(164석)에는 4석이 부족하다.

일본 여권이 개헌발의선 확보에 실패했지만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공약을 내세웠던) 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은 ‘개헌 논의를 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나타난 것”이라며 “여야의 테두리를 넘어 (자민당의 방안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개헌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개헌을 이루겠다는 기존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4연임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민당 당규를 고쳐 대표 4연임에 도전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총리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