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수요를 창출하라

입력 2019-07-04 17:39
수정 2019-07-11 16:03
권영설 논설위원


[ 권영설 기자 ]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로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가 돼야 한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이견이 없다. 이 화두가 21세기가 시작되며 제시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다.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있는 산업에서 1등 업체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선도 업체들의 혁신을 구경하고 나서야 따라가는 ‘빠른 추격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목표부터 수요 창출로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할 만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남들 제품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공급 넘치고 수요 없으면 저성장

블루오션 전략이야말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혁신론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현재의 시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집단, 즉 ‘비(非)고객’에게 주목한다. 거대한 비고객 집단의 움직임에서 새로운 수요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사고 방식과 방법론을 체계화한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다.

수요를 창출한다고 하면 거창하고 지난한 작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즈니스 성장사 자체가 수요 창출의 역사다. 생수 시장을 생각해보라. 회의실 탁자에 1인당 한 병씩 생수병이 놓여 있는 풍경은 십수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루에 20시간 가까이 집이나 회사에 주차해놨던 차를 우버는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가들이 이렇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면서 우리의 삶은 훨씬 풍족해졌다.

수요 창출은 경제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다. 1941년 당시 미국 정부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추수감사절을 당겼다. 바로 다음날이 블랙프라이데이인데,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쇼핑 시즌을 이어가려는 수요 진작 장치인 것이다. 이 행사의 현대판이자 중국판이 광군제(光棍節)다. 알리바바가 2009년 11월 11일을 싱글 남녀끼리 선물하는 날로 정해 하루 동안 할인 행사를 한 것이 유래였다. 지난해 광군제엔 하루 매출이 무려 34조7000억원에 달했다.

비즈니스 활력 키울 정책 필요

수요는 창출될 수 있고, 경제 활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정을 풀어 뉴딜 정책처럼 수요 촉진책을 경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수요가 창출될 것들을 막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우버가 한국에선 금지돼 있고, 수많은 혁신가가 수요 창출을 위해 내놓은 새로운 제안이 누더기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반기업, 반상업 정서와 그에 기반한 통제적 정책이다. 이미 일부 대기업에선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국내가 아니라 외국에서, 그것도 가능하면 외국 회사와 합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편의점이나 작은 프랜차이즈라도 해보려고 했던 창업 의욕은 최저임금제도 같은 새로운 부담에 꺾이고 만다.

경제 성장사는 수요를 만들어낸 혁신의 역사다. 묘하게도 제한과 규제가 많고 경제가 어려울 때 블루오션 혁신이 창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꽉 막혀 있어 뚫으려는 에너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목표는 ‘새로운 수요의 창출’로 분명해야 한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