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정책 방향' 줄줄이 바꾸는 여당

입력 2019-06-14 17:31
재정건전화 이어 동남권 신공항·4대강 보 해체까지

국가채무 증가 제한법 내놓고
"지금은 다르다" 확장재정 요구



[ 임도원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기조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재정건전성과 기준금리 결정 등 거시정책에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완화와 4대강 보 해체,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좇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으로 말을 바꾸면서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종보 해체 유보 요구

14일 국회에 따르면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전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아직 ‘국가 물관리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4대강 보 문제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권이 막무가내로 4대강 보를 철거하겠다고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수석부의장의 발언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최근 ‘세종보 발언’과 마찬가지로 4대강 보 철거와 관련한 여당의 변화된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자신의 지역구인 세종시에 있는 세종보 철거에 대해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역 의견을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로서 정부에 사실상 ‘해체 유보’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수석부의장의 발언도 보 해체를 성급하게 추진하면 내년 총선에서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민심 이반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진화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입장도 180도 달라

민주당은 재정건전화 법안에 대해서도 과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이 지난달 국가채무 증가를 엄격히 제한한 재정건전화 법안을 발의하면서 당론으로 채택하자, 민주당은 “정부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의 재정건전화 법안은 정부와 여당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맞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인 2016년에 똑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은 당해연도 국가채무 증가분을 전년도 GDP의 0.3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당 법안대로라면 올해는 국가채무를 줄일 필요가 없지만,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대로라면 연내에 국가채무를 12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

4대강 예타 안했다고 비판하더니…

정부가 지난 4월 예타를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하자 여권이 일제히 환영에 나선 것도 입장 번복 사례로 지적된다. 정부는 예타 개편안에서 경제성 및 지역균형 발전 평가 항목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고, 최대 1년7개월이 소요되는 예타 작업을 최대 1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고려할 기회”라고 반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대해 예타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과 광역단체장들이 당 지도부에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압박하고 있어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서도 역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대구·경북(TK) 여론을 의식해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당이 총선에 목을 맨 나머지 정책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