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지방분양
'미분양 늪'에 빠진 창원
광주·대구는 '청약 광풍'
[ 배정철 기자 ] 지방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업 메카인 경남 창원은 지역 경기침체와 아파트 초과 공급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미분양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반면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대·대·광(대구·대전·광주광역시)’에는 가구당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펜트하우스에도 청약자가 몰려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분양 무덤’ 창원의 눈물
10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A건설사가 지난 5일 분양한 경남 창원 진해구 B아파트 5·6단지 특별공급(493가구) 청약에 단 한 사람도 청약통장을 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특별공급에 이어 891가구에 대해 진행한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도 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작년 6월 B아파트 2·3·4단지 블록 총 1999가구 일반 분양에 나섰다가 13명이 청약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뒤 두 번째 참패다.
가덕도 인근에 들어서는 B아파트 5·6단지는 전용면적 84㎡ 단일 가구로 전체 891가구를 일반공급하는 ‘분양전환 임대 아파트 단지’다. 6단지 전용 84㎡의 분양전환 임대는 1억420만원에 월 임대료 43만원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창원 조선·기계산업 위기로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임대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으로 입주하기 때문에 1~2년을 기다리면 입주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 e편한세상 창원 센트럴파크도 1년 가까이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일반분양 물량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 지역 미분양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경남 미분양 주택 1만3476가구 가운데 절반인 5892가구가 창원시에서 발생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은 아파트가 858가구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창원 일대는 2016년 1만6087가구가 공급된 뒤 2017년 1220가구, 2018년 3396가구 등 지속적으로 초과 물량이 발생해 건설회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양도세·취득세 감면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도 뜨거운 광주·대구
같은 지방인데도 광주·대구의 분양 시장은 딴 세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7일 대구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감삼’에는 총 255가구 분양에 8332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3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와 광주에서는 지역 부자들이 20억원대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청약통장을 던지면서 ‘하이엔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양가 24억6300만원에 이르는 대구 ‘힐스테이트 감삼’ 전용 198㎡ 복층 펜트하우스에는 2가구 모집에 11명의 예비 청약자가 나왔다. 분양가 15억원에 달하는 전용 144㎡ 4가구 모집에도 23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33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84㎡는 54.5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탄탄한 실수요를 입증하기도 했다.
신세계건설이 7일 광주시 농성동에 분양한 ‘빌리브 트레비체’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1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단지의 평당 분양가는 전용 3.3㎡(평)당 2367만원으로 서울 강북권 ‘주상복합아파트’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과 SKY-L65(3.3㎡당 2600만원)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었으나 분양이 순조로웠다. 분양가 22억5790만원인 전용 190㎡가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인 7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최근 대구와 광주의 물량 대부분은 인프라가 갖춰진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 좋은 시장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