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4월 경상수지 6.6억달러 적자…수출 부진 속 7년 만에 흑자행진 끝나

입력 2019-06-05 12:07
수정 2019-06-05 12:44
한은, 4월 국제수지 발표
4월 경상수지 6.6억달러 적자…84개월 만에 적자전환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추락으로 수출 흑자 규모가 급감했고,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뒷받침하던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84개월 만에 끝났다.

5월에는 배당이란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는 만큼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에 따른 연간 경상흑자 축소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4월 경상수지 6억6000만弗 적자…7년 만에 적자전환

한은이 5일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 관련 수출이 감소한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상품·서비스 수출입으로 발생하는 상품수지 흑자폭 급감이 4월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상수지 구성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수출 감소와 함께 꺾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결산법인의 배당금 지급으로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더해져 경상수지는 8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함께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계절적 배당지급 요인으로 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수지 적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상회했다"며 "배당시즌에 따른 계절성을 제거한 계절변동조정 경상수지의 경우 4월 33억6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6.2% 감소한 483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단가 하락과 세계 교역량 부진이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1∼4월) 누적으로 수출은 1858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7.8% 감소했다.

4월 수입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유가 등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기계류 수입 감소세 둔화, 가전제품 등 소비재 수입 증가가 수입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혔다. 1∼4월 누적으로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5.3% 줄어든 160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는 14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2016년 12월(6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증가하면서 여행수지가 개선된 덕이다. 4월 여행수입은 17억달러로 2014년 11월(17억1000만달러) 이후 4년5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여행지급은 출국자수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23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이와 함께 연말결산법인의 배당이 지급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당이 나가는 계절적 특성이 더해져 본원소득수지가 43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4월(56억2000만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적자폭은 줄었지만 올 3월(7억4000만달러 적자)과 비교하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49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3번째 규모다.

이자소득수지는 7억5000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이자소득수입은 17억2000만달러로 2008년 10월(17억1700만달러)을 넘어 사상 최대였다. 이자소득지급은 9억7000만달러로 역대 2번째 규모였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11억3000만달러) 이후 최고치다.

금융계정의 경우 순자산이 3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가 35억5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도 33억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 중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38억4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2억8000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경상적자 일시적, 5월 흑자 전환"…전문가 "수출 타격 여파 지속"

4월 경상수지 적자는 1분기 경상흑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한은은 4월 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5월에는 배당시즌이 아닌 만큼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올해 연간 흑자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에 따른 경상흑자 감소 추세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다. 이에 올해 경상흑자가 한은의 연간 전망치(665억달러 흑자)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1∼4월) 누적으로 경상수지는 10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전망치 245억달러와는 거리가 먼 수치다.

박 국장은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가 245억달러인데 현재까지 흐름으로는 50억달러 가량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당초) 전망치 대비 경상수지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당초 올 하반기에 경상수지 흑자가 450억달러를 기록해 연간으로 665억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764억달러)보다 적은 수치이나 시장에서는 미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재차 국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장은 "4월 적자 발생과 올해 흑자 규모 추이에 비춰 경상수지가 올해 한은의 연간 전망치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이에 따른 수출 감소 추이에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감소가 미친 악영향이 컸다"며 "상품수지 악화를 고려하면 5월 흑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고, 연간으로는 600억달러 흑자는 가능하겠지만 한은의 전망치에는 미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 호조를 이끈 반도체 수출은 올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5월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30.5%(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12월(-8.4%)부터 하향곡선을 이어갔다. 이에 전체 5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9.4% 감소한 459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12월(-1.7%·전년 동월 대비)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추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주요 품목 가격은 2016년 9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5월 고정거래가격은 5달러선이 깨졌다. 전월보다 6.25% 하락한 3.75달러는 2016년 9월(3.31달러) 후 최저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9월(8.19달러)에서 채 1년도 되지 않아 반토막(54.2%)이 난 것이다.

이에 한은의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수정 경제 전망에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0.4%)과 4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5%)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상황에서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한층 완화적으로 기울어질 것이란 기대도 금융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시카고연방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최근 높아지는 무역 긴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타결의 불확실성과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Fed가 금리 인하로 대응하기 전까지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