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이뤄질까
갈림길에 선 '대치정국'
靑 "7일 만나자" 공식 제안
한국당, 사실상 거부
회담 불발 땐 모두 타격
[ 하헌형/박재원/김소현 기자 ] 청와대는 4일 정국 경색을 풀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회동 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별도로 1 대 1 회담을 하는 ‘5+1 회동’을 한국당에 공식 제안했다. 이에 황 대표는 “문 대통령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회동 후 1 대 1 회담을 하자”며 ‘3+1 회동’을 역제안했다. 청와대는 3+1 회동은 ‘여·야·정 상설 협의체’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보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직전인 7일을 회동 날짜로 제시했다. 청와대와 황 대표가 회동 형식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남은 기간 내에 여야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한국당, 회동 형식 놓고 기싸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이 같은 제안을 지난달 31일 한국당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회담 일시로는 7일 오후를 제시했고, 의제 조율과 합의서 작성 등을 위한 실무 회동도 한국당에 제안했다고 강 수석은 전했다. 청와대는 “한국당의 1 대 1 회담 요구와 5당 대표와의 회동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정무적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일자를 7일로 정한 것은 문 대통령이 9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북유럽을 국빈 방문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 중이던 지난달 10일부터 1 대 1 회담을 청와대에 요구해왔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인 데는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을 위한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말부터 공개 석상에서 일곱 차례에 걸쳐 추경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강 수석은 “추경의 시급성, 대북 식량 지원의 현실성,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긴급성,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적 대응,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에 따른 경제 활력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야 대표 회동 형식과 관련해 한국당이 지난 2일 청와대에 보낸 답변을 통해 ‘문 대통령과 황 대표 간 1 대 1 회동 및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동시에 하자’는 역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청와대는 ‘5당 당대표가 전부 참석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로 한국당 역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오후에 5당 대표 회동과 1 대 1 회동을 동시에 하자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회동 불발 땐 청와대·한국당 모두 타격
황 대표는 이날 당내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서 “(문 대통령이) ‘다당 대표와의 만남 직후에 한국당과 1 대 1 회담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는데, 의미 있는 다당은 교섭단체(3당) 아니겠냐”며 청와대 제안을 재차 거부했다. 황 대표는 “지금 국회에는 5당뿐 아니라 2당이 더 있다”며 “그 모두와 함께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당대표들이 모여 한마디씩 거드는 회담은 의미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3당 회동 후 1 대 1 회담’ 요구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도 강경한 방침을 보이고 있다. ‘3당 회동’은 그간 여야 타협의 축적물인 여야 5당의 여·야·정 상설 협의체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당이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 협의체 원칙을 무시하고 3당 대표만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청와대와 황 대표 양쪽 다 “양보는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회담 불발 땐 국회 공전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결국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일정 파행이 지속되면 추경안과 여러 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우려다. 한국당도 ‘국정 발목 잡는 정당’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여야, ‘패스트트랙 문구’ 놓고 최종 담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야 대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당에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은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안했다.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한국당은 그간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여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만 한국당이 받아들이면 민주당은 다른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이 민주당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제안과 관련해 “(연락받은 게) 전혀 없다”고 했다.
하헌형/박재원/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