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석좌교수 "공공의 이익도 중시하는 '살아 있는 혁신'이어야"

입력 2019-06-02 17:57
'혁신 5.0' 펴낸
이상문 美 네브래스카주립대 석좌교수

美 경영학회장 지낸 세계적 석학


[ 장현주 기자 ]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거미줄처럼 ‘살아 있는 혁신’을 통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상문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 석좌교수(80·사진)는 임성배 세인트메리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쓴 《혁신 5.0》(한경BP)에서 주창한 ‘혁신 5.0’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의사결정학회장과 경영학회장을 지낸 이 교수는 의사결정, 글로벌 전략, 혁신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 교수의 제자인 임 교수는 세계 경영학계에서 혁신과 융합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혁신 5.0》에서 혁신의 발전 과정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그는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적용해 기업과 이해당사자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혁신 1.0은 폐쇄적 혁신입니다. 내부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한 폐쇄적인 시스템이죠. 이후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혁신 2.0의 협력적 혁신, 혁신 3.0의 개방형 혁신으로 진화했습니다. 다음 단계인 혁신 4.0은 크라우드 소싱으로 대표되는 공동혁신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가 새롭게 제시한 혁신 5.0은 ‘살아 있는 혁신(living innovation)’이다. 그는 “인공지능(AI), 스마트센서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혁신 4.0을 넘어 기민성·역동성·안정성을 모두 갖춘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살아 있는 혁신의 핵심 가치로 “‘고귀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치 창출에 그치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아르투로 비토리가 설계한 ‘와카워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와카워터는 낮과 밤의 기온 차로 생기는 이슬을 모아 물을 만드는 일종의 탑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선행을 통한 성공’을 이루는 단체나 기업이 혁신 5.0 시대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혁신에 역행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국가 정책은 미래 방향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라며 “대규모 파업 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