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까지 세력 확장
네이버 노조 출범 1년 됐지만
"비정규직 등 약자 대변하기보다
정규직 기득권만 보호" 지적
[ 윤희은 기자 ] 지난 5월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직원 10여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었다. 네이버는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협정근로자란 쟁의행위 때도 회사의 핵심 분야에서 정상근무를 해야 하는 근로자다.
화섬노조가 정보기술(IT)업계 처음으로 네이버에 노조 ‘씨앗’을 뿌린 이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등 판교 주요 IT기업도 잇따라 ‘민주노총 우산’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IT업계는 ‘노조 불모지’로 불려왔다. 직종 특성상 이직이 잦아 회사 충성도가 떨어지는 데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젊은 직원이 대다수여서다. 그런 만큼 네이버 노조 출범은 쉽지 않았다. 이때 네이버 노조 준비위원회를 포섭한 것이 민주노총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은 ‘젊은 노조’ 이미지가 강한 화섬노조를 통해 네이버 노조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렇게 지난해 4월 네이버 노조가 출범했다.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성명’이라는 노조 별칭도 지었다.
네이버로 물꼬를 튼 민주노총은 다른 IT기업에도 스며들었다. 네이버로부터 노조 설립 자문을 받은 넥슨은 자연스럽게 민주노총 화섬노조 가입을 제안받았고, 그해 9월 넥슨 노조인 ‘스타팅 포인트’가 설립됐다. 며칠 지나지 않아 스마일게이트 역시 화섬노조 소속의 ‘SG길드’라는 노조를 결성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카카오가 화섬노조 산하 노조 ‘크루 유니언’을 발족했다.
IT업계에서는 “민주노총의 계산이 딱 맞아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네이버 노조를 포섭함으로써 IT업계에 노조 설립 물꼬를 트고, 이를 계기로 줄줄이 다른 사업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노조 설립 과정에 민주노총이 유독 공을 들인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약자를 대변하기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근로자 간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교에 자리잡은 민주노총 화섬노조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가 모두 노사 합의 아래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네이버 노조는 곧 또 다른 협상안을 마련해 사측과 담판을 추진할 계획이다. IT업계에선 올해 안에 한두 곳의 IT기업에 추가로 노조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