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3 인터넷은행 불발, 금융당국 혁신 의지 후퇴 아닌가

입력 2019-05-27 17:48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발됐다.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완화를 추진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예상 밖 결과라는 게 금융계 평가다.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재도전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심사 결과를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지만, 금융위가 사전에 전혀 몰랐을 리 없고 보면 금융당국 내부의 조율에 문제가 있거나, 인터넷은행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최 위원장이 예비인가 신청 컨소시엄들의 탈락을 역량 부족 탓으로 돌리는 대목도 이해하기 어렵다. 외부 평가위원회가 “키움뱅크는 혁신성 측면에서, 토스뱅크는 자본확충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지만, 예비인가 단계에서부터 완벽한 역량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기존 은행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최대 요건’이 아니라 ‘최소 요건’을 충족하느냐를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혁신 의지가 충만하다면 최소 요건을 갖춘 누구라도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정 시기를 정하지 않고 예비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언제든 심사할 수 있는 연중 상시 심사도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소유 규제와 함께 자본 확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 유력한 경쟁자들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것이란 지적에도 금융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