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인터뷰
김선호 이대서울병원 암센터 신경외과 교수
수술 2700건…국내 최다 기록
환자 85%는 코를 통해 수술
[ 이지현 기자 ]
“뇌하수체 종양의 99%는 암이 아닌 양성종양입니다. 하지만 수술을 통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재발 위험이 있고 재발한 환자는 수술이 더 까다롭죠. 환자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김선호 이대서울병원 암센터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뇌하수체 종양 수술은 시야가 짧아 현미경 수술이 효과적”이라며 “내시경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뇌하수체 종양 수술을 받기 전 의료진이 현미경 수술을 얼마나 했는지, 수술 완치율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뇌하수체종양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명의다. 2700건이 넘는 뇌하수체 종양 환자를 수술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기록을 갖고 있다.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뇌하수체 종양 환자를 위한 다양한 수술법과 수술기구를 개발한 그는 23일 정식 개원하는 이대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세계 뇌하수체종양 수술 대가들의 모임인 ISPS의 국내 첫 회원인 김 교수는 세계신경외과학회 신경내분비분과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은 김 교수가 합류한 뒤 내분비내과와의 뇌하수체종양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뇌하수체종양 수술을 한 뒤 내분비내과와 협력해 환자에게 맞는 약물 치료를 잘해야 한다”며 “새 병원에서도 내분비내과와 신경외과의 협력진료를 도입했다”고 했다. 김 교수를 통해 뇌하수체종양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뇌하수체는 어떤 부위인가.
“사람의 두 눈 사이에서 뒤쪽으로 6~7㎝ 들어가 뇌 정중앙 아래 부분이 만나는 곳에 있는 직경 약 1.5㎝ 크기의 작은 구조물이다. 크기는 작지만 활동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호르몬 분비에 관여한다. 뇌하수체가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명령에 따라 갑상샘, 유방, 난소, 고환, 근골격계, 부신피질 등에서 만들어지는 10여 가지 넘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뇌하수체에 문제가 있으면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부족해질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이 대표적이다.”
▷뇌하수체 종양은 흔한 질환인가.
“전체 뇌종양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악성종양 환자는 25년 수술하는 동안 딱 세 명 봤을 정도로 많지 않다. 뇌하수체 종양은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환자는 정상수치로 돌아오도록 하고 너무 적게 분비되는 환자는 약물치료로 호르몬 기능을 하도록 돕고 종양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론적으로 뇌하수체종양은 완전히 제거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혈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혈관으로 침범하지 않았어도 종양 크기가 너무 크고 주변 시신경이나 경동맥 등 구조물과 붙어 있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어려운 환자도 있다.”
▷그동안 새 수술법을 많이 개발했다.
“뇌하수체종양 수술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종양을 대충 떼어내고 방사선치료를 했다. 하지만 방사선 수술을 하면 1년 안에 90% 정도에게서 정상 뇌하수체가 망가진다. 30%는 재발한다. 이전에는 흐물흐물한 뇌하수체 종양을 주걱으로 퍼내듯 수술했다. 하지만 가성캡슐이라고 불리는 껍질이 남아 재발환자가 많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종양을 껍질째 도려내는 수술법을 활용한다. 전체 환자의 80~90%는 이런 방식의 수술을 하고 있다.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 때문에 척수액이 새는데 이전에는 다른 곳의 살을 떼서 척수액이 새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를 실로 꿰매는 수술을 도입했다. 수술 부위가 작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수술이다.”
▷뇌하수체 종양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종양 때문에 어떤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외모상으로 손가락 발가락이 굵어지고 키가 크고 코가 커지고 코를 고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말단비대증이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으로 이어져 평균 수명이 15년 정도 짧아진다. 얼굴이 달덩어리처럼 커지고 살찌고 배가 나오고 멍이 잘드는 증상을 호소하는 쿠싱병도 많다. 합병증으로 고혈압 당뇨 척추골절 등이 생기기 쉽다.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는 환자도 있다. 임신하지 않았는데 월경이 끊어지고 젖이 나오면 유즙분비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갑상선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요즘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다가 발견되기도 한다.”
▷과거보다 치료법이 다양해졌다.
“크기나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도 있지만 수술해야 하는 환자라면 첫 수술에서 종양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코를 통해 하는 수술법과 머리뼈를 여는 수술법이 있는데 종양이 혈관으로 침범했거나 시신경과 심하게 붙은 환자를 제외한 85% 정도를 코를 통해 수술한다. 코를 통한 수술도 현미경 수술과 내시경 수술로 나뉘는데 기본 수술법은 현미경 수술이다.”
▷뇌 건강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20~30대를 넘어서면 뇌 영상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동맥류나 뇌하수체종양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건강해서 평생 병원 한번 가보지 않았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