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외계층 없도록"…대출·서비스 공들이는 은행권

입력 2019-05-14 07:57

은행들이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ARS(자동응답시스템), 외국인 고객을 위한 다중 언어 서비스 등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청각장애를 지닌 고객을 위해 '보이는 ARS'를 이달 초 도입했다. 음성 안내만 됐던 기존의 ARS 시스템을 개선해 스마트폰 화면에서 송금, 잔액·거래내역 조회, 분실신고, 상담원 연결 등을 안내한다.

보이는 ARS는 청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ARS 이용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부산·SH수협은행 등이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서 장애인 고객 맞춤 메뉴를 제공한다. 수화 상담 시스템이나 장애인 고객 전담창구 등 장애인 친화 영업점의 주소와 최적 방문 시간, 대기 고객 현황 등을 안내한다. 번호표 발급, 전담창구 예약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특화 점포가 늘고 있고, 콜센터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이들을 응대한다.

KB국민은행 콜센터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캄보디아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6개국어를 지원한다. KB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등 6개국어를, 생황금융플랫폼 리브(Liiv)를 통해 영어, 중국어, 캄보디아어 등 3개국어를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 10개 언어가 지원되는 콜센터와 외국인 전용 모바일 플랫폼 '글로벌 S뱅크'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도 외국인 고객 전용 '우리글로벌뱅킹' 앱을 통해 영어 베트남어 등 8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모바일뱅킹, 텔레뱅킹이 낯선 고령층 고객을 위한 전용 창구도 운영되고 있다. 16개 국내은행은 약 5000여개 지점에서 '어르신 전용 창구'를 마련해 고령 고객과 만나고 있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고령 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담전화 연결 시 메뉴 선택 없이 곧바로 직원과 상담할 수 있도록 '고령 고객 전용 전화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시니어 전문 금융 상담 직원'을 두고 고객의 동의를 받은 후 원격으로 뱅킹서비스 이용을 지원한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한부모가정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한사랑전세론'을 출시했다.

소득수준, 신용등급이 낮아 전세자금대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정을 위해 대출심사 시 평가요건을 완화하고, 임차보증금의 90% 이내에서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이다. 대출금리와 보증료도 기존 전세자금대출보다 낮게 책정했다.

정춘식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은 금융기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며 "앞으로도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상생의 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소외계층의 은행 대출은 올해 하반기에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금융 소외계층이 은행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용평가시스템을 손질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통신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기존에 대출이 거절됐던 7∼8 신용등급자 71만명 중 약 20만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