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에 동시에 불난 적이 있었나”… 소방 인력난에 이런 경우 한쪽 포기해야 하는 상황 종종 발생

입력 2019-04-30 10:16


(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두 곳에 동시에 불난 적이 있었나.” “만약을 따지면 어떤 것이든 부족한거야.” “세 곳에 한꺼번에 불나면 어떡할건데. 그만큼 인력 더 늘려?”

지난 27일자로 나갔던 ‘소방인력난… 두 곳 동시 화재 땐 한쪽 포기’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미 충분한데, 사고가 나는 만큼 무한정 소방관을 늘려야 하냐는 지적이죠.

하지만 소방관 수가 충분한 것도 아니고, 무한정 소방관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법에서 정해놓은 소방관 현장인력은 5만8976명입니다. 활동 중인 현장인력은 법정인력의 74.6%에 불과한 4만4009명입니다. 이마저도 인력사정이 그나마 나은 서울이 포함된 수치이고, 대형산불이 났던 강원도의 소방인력은 2826명으로 법정인력 대비 68.4%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보다 사정이 나쁜 전남의 소방인력은 2670명(60.1%)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구급대가 아예 없는 119지역대도 전국 95개소에 달합니다.

그럼 차종으로 인력을 구분해보겠습니다. 펌프차를 운영하려면 최소 4명의 인원이 필요합니다. 보통 운전기사 1명, 호스를 잡는 진압대원 2명, 화재현장에 뛰어들어 구조하는 진압대원 1명입니다. 그런데 전국 평균 펌프차 인원이 3.5명이고, 경남의 경우 2.5명입니다.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나면 호스를 잡을 인원조차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5일 경남 진주시 평거119안전센터를 찾았습니다. 20여년 된 낡은 건물에는 화재진압대원과 펌프차 운전요원 등 불과 5명이 출동 대기 상태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일이 많은 구급대원은 얼굴을 볼 틈도 없었습니다. 제가 센터에 머물렀던 3시간여동안 대여섯번 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저녁 8시께 사천시 도종농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출동한 인원은 운전요원과 화재진압대원 2명이 전부였습니다. (평거119안전센터의 관할지역은 진주시 평거동부터 인근 사천시 이릅니다. 면적으론 611.17㎢에 달합니다.) 그 시각에 다른 구급대원과 진압대원들은 교통사고 현장 등에 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동 당시엔 운전기사가 아파트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다가 버섯농장으로 차를 돌려야 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도종농장의 화재는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12월8일 10시께 경기도 포천의 한 공장에서 전기 스파크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5.4㎞ 떨어진 관할 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해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11분. 초동 진압을 위해 다른 곳에 출동한 인력까지 끌어 모았지만 소방차 2대에 4명뿐이었습니다. 화재는 순식간에 공장 9개동에 확산됐고, 5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겼습니다. 경기도의 평균 펌프차 탑승인력이 3.5명인데 같은 시간에 발생한 다른 사고 때문에 차량 한 대당 2명을 간신히 채워서 현장에 나선 셈입니다.

화재 진압 뿐 아니라 소방관이 맡는 역할은 벌집 제거부터 사상자 구급업무까지 다양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누군가의 자살을 1~2분 차로 막으면 다행이지만, 1~2분 차로 자살을 막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고 한 현직 소방관은 말했습니다. 소방관들의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국가 차원의 전문시설도 없습니다. 국가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끝)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