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출금' '디지털 키오스크' 은행들 '오프라인 핀테크' 경쟁

입력 2019-04-28 15:29
디지털 키오스크

신분 인증 후 화상 상담원 연결
창구처럼 직접 상담 받을 수 있어


[ 정소람 기자 ] #1.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 창구에 설치된 정맥 인증 기계에 손바닥을 대자 잠시 후 요청한 1만원이 출금됐다. 국민은행이 야심차게 준비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직접 시연한 것이다. 이날 참석한 한 주부는 “음식점을 경영해 은행에 갈 일이 많은데 통장과 신분증이 없이 거래가 되니 편리해질 것 같다”며 “비밀번호를 외우는 번거로움에서도 자유로워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정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의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바쁜 업무에 은행 창구에 갈 시간이 없고 앱(응용프로그램)도 잘 다룰 줄 몰라 한참을 미뤄온 가입이었다. 그러나 꼭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로 한번에 해결했다. 계좌이체 외에 상품 가입 등 창구에서만 할 수 있던 업무를 터치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은행들 ‘오프라인 핀테크’ 경쟁

은행들의 오프라인 핀테크 경쟁이 뜨겁다. 과거 핀테크(금융기술) 바람이 앱, 모바일 위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지점과 창구까지 이런 흐름이 번졌다.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극 적용되면서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키오스크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단순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능 외에도 여러 은행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는 기기다. 신분 인증을 하고 난 뒤 화상으로 상담원과 연결해 창구처럼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체크카드를 발급받는다면, 상담원이 원격으로 화면을 조정하며 선택 가능한 카드를 보여준다. 이후 카드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또 음성 검색 기능이 있어 화면을 누르지 않더라도 다른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이 2015년 업계 최초로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설치하며 디지털 키오스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정맥 인증 방식으로 신분을 인증하며, 총 117가지의 창구 업무 거래가 가능한 키오스크다. 우리은행의 ‘위비키오스크’와 국민은행의 ‘스마트텔러머신’도 전국 영업점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출시한 ‘디지털뱅킹존’은 은행권 최초로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했고, 지능형 순번기와 연계해 키오스크가 대기번호를 직접 호출한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디지털 키오스크를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증·기기조작 방식도 진화

디지털 키오스크 바람과 함께 생체 인증 및 지점 기기 조작 방식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이다. 국민은행의 손으로 출금 서비스의 경우 손바닥에 있는 고유한 정맥 패턴을 분석해 신분을 인증한다. 은행은 정맥 정보를 암호화하고 금융결제원과 나눠 분산 보관해 유출 가능성을 줄였다. 손바닥을 대면 두 기관의 보관정보를 결합해 일치 여부를 식별한 뒤 인증을 완료한다. 이 외에 얼굴인식도 보안성이 뛰어나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향후에는 눈으로 ATM이나 디지털 키오스크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본사에서 ‘아이트래킹’(시선 추적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트래킹은 고객의 동공 움직임을 포착한 뒤 전산화하는 기술로, 눈으로 응시하는 것만으로 숫자를 입력하거나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업무를 보는 고객도 있지만 아직까지 창구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며 “오프라인 지점에 이런 기술이 적용되면 디지털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