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조업 '해외 아웃소싱'은 혁신 포기하자는 것

입력 2019-04-25 17:20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

개리 피사노·윌리 시 지음 / 고영훈 옮김
지식노마드 / 216쪽 / 1만4000원


[ 송태형 기자 ]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개리 피사노와 월리 시는 2009년 미국 제조업 쇠퇴가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인한 ‘산업공유지’의 황폐화에서 비롯됨을 밝히고 제조업 부흥을 위해 국가와 기업, 학계가 할 일을 제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2년 발표하고 실행한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의 명칭과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 두 교수가 논문을 보완하고 대중적으로 풀어쓴 책이 미국에서 2012년 발간된 《왜 제조업 르네상스인가》다.

저자들은 제조업이 쇠퇴해도 서비스와 다른 지식기반 부문의 격차로 인해 선진국 경제가 계속 번영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설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미국 기업가들과 정책담당자들이 이 가설을 믿고 따른 결과가 제조업 공동화, 낮은 생산성 증가율과 고용률, 임금 상승 정체라는 것을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혁신에 필요한 제조 과정을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의 결정과 제조업 역량을 심화할 수 있는 기초 및 응용 연구에 대한 투자 가치를 무시하는 정책의 결합이 미국의 산업공유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 개념인 산업공유지는 기업과 대학, 기타 연구소에 내재된 연구개발, 제조 인프라와 노하우, 공정개발 기술, 엔지니어링 역량이 어우러져 혁신을 만들어내는 요람이다.

저자들이 제조업 부흥을 부르짖는 것은 ‘일자리 구하기’ 차원이 아니다. 한 국가가 제조 역량을 잃으면 혁신 역량을 잃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에 제조업을 위한 일관된 국가 경제 전략을 개발하라고 요구한다. 다만 보호무역주의나 특정 산업에 대한 표적 지원 같은 전략은 강력하게 거부한다. 대신 기초 및 응용과학 연구를 통한 광범위한 역량 구축, 제조업에 필요한 인적 자본의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오직 미국의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제조업에 대한 질문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도 “제조업이 살아야 우리 경제가 산다”며 한국판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돼 있음을 명쾌하게 서술하는 이 책이 한국에서도 유효한 이유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