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된다’는 건 초보적인 이야기예요. 이제 로펌은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돼야 합니다.” 정진수 법무법인 화우 업무집행 대표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22기)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법무 환경 변화에 맞춰 ‘고객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진수 대표변호사가 꼽은 가장 큰 변화는 사내 변호사 수의 증가다. 이전엔 법률을 거의 모르는 기업 고객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면 됐지만, 이제는 사내 법률가가 사외 법률가를 상대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짜고 평판 관리까지 도와주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종합 카운슬링’이다.
화우가 소속 변호사들을 ‘특정 법률 전문가’에서 나아가 ‘특정 산업 전문가’로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대표사는 “예컨대 ‘에너지 산업 전문가’라면 산업의 현안이 무엇인지, 기업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알고 있겠지만 ‘회사법 전문가’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서 “특정 산업의 전문가가 돼야 기업의 입장에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화우는 이같은 필요성에 따라 작년 기업자문, 금융, 국제, 기업송무, 형사·중재, 공정거래, 지식재산, 조세, 노동·정부관계, 부동산건설 등 10개의 전문 그룹으로 조직을 확대 재편했다. 정 대표는 “그룹의 전문성을 키워가는 한편 인수합병(M&A) 등 광범위한 이슈가 있을 때엔 그룹끼리 융합해 협업한다”고 말했다.
내부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담당 변호사의 책임성을 높이는 것도 최근 화우의 관심사다. 정 대표는 “변호사들이 하고 싶은 업무 보다는 가장 적합한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담당 변호사가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등도 구축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이 뛰어난 장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면 개인병원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화우는 공정거래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인바운드(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 업무) 사건과 관련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경쟁정책 자문위원, 법령선진화 추진단 자문위원 등을 두루 거친 윤호일 대표 변호사를 필두로 공정거래그룹이 활약을 하고 있다. 금융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체계적인 대응 업무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작년 상장 업무, 회계 감리 대응업무 등에서 폭발적으로 많은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화우는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업무) 역량 강화를 앞으로의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유럽 등의 지역을 꼽아 연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자는 생각해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많아질 융합 업무를 수행할 때 화우만의 수평적 기업문화가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존중하는 환경에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1993년부터 14년간 판사를 지냈다. 200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법복을 벗고 화우에 합류했다. 경영전담 변호사를 두 차례 역임하고도 재작년 말부터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을 만큼 내부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