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유충서 발견한 알로페론으로 면역항암제 만들 것"

입력 2019-04-08 17:28
조강희 투비바이오 대표

NK세포 활성화해 면역체계 강화
연내 전임상 후 美·유럽서 임상


[ 임유 기자 ]
“파리 유충에서 발견한 물질인 알로페론을 변형한 알로스타틴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선진 고문 등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출신의 뛰어난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합류할 정도로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죠.”

조강희 투비바이오 대표(사진)는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연내 전임상을 마친 뒤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투비바이오는 정보기술(IT) 기업 투비소프트가 50억원을 출자한 자회사다. 웹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투비소프트의 연매출은 300억원 정도다.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바이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알로스타틴은 세르게이 체르니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곤충연구소장이 알로페론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작해 2004년 개발한 물질이다. 그는 “더러운 환경에서 사는 파리는 병에 잘 안 걸린다”며 “곤충의 항체인 알로페론이 면역 기능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로페론은 러시아, 몽골, 독립국가연합(CIS) 일부 지역에서 헤르페스바이러스(HSV), 급성 B형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치료제로 개발돼 100만 명 이상에게 처방됐다. 안전성 문제는 해결한 셈이다.

이 회사는 이 물질로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조 대표는 “인터페론(항바이러스성 단백질)을 합성하고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위암 간암 등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임상을 하고 있다. 2년 안에 미국, 유럽 등에 임상 허가 신청을 내는 게 목표다. 조 대표는 “알로페론 기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요법 등을 통해 효능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변호사인 조 대표는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서 사업담당 부사장을 지내며 특허, 인허가, 유통 관련 법무를 총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는 “연구인력은 10명 정도지만 MD앤더슨 출신 연구자가 3명이나 되는 등 맨파워가 다른 곳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경기 수원시 광교에 최신식 연구소를 세워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