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인구·내수 절벽, 관광산업이 돌파구

입력 2019-04-07 17:40
80조 투입도 못막은 저출산 악몽
소비지출 감소로 경제 위축 우려
日 관광산업 육성 전략 주목해야

유환익 < 한국경제연구원·혁신성장실장 >


‘2018년 출산율 0.9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2019년 인구 데드크로스 진입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시점 도래.’

최근 통계청이 밝힌 충격적인 인구 전망이다. ‘인구절벽’은 내수 위축과 직결되면서 우리 경제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9년 5165만 명, 2040년 4831만 명, 2050년 4401만 명으로 감소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액(감소 인구 수×1인당 연간 소비지출액 1247만원)은 2040년 43조7000억원, 2050년 97조3000억원이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1782조원의 2.45~5.46%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더욱 하락했다.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대책은 지금도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구·내수절벽이 초래하는 경제 재앙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정답 중 하나는 바로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이 인구·내수절벽의 ‘보약’인 셈이다.

인구·내수 부족을 관광산업으로 극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관광 활성화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관광 부흥을 독려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00만 명을 넘겨 한국을 두 배 이상 추월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1.96명인 프랑스는 관광산업 육성 노력으로 2016년 자국 인구보다 1.28배 많은 826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같은 해 출산율 1.33명인 스페인도 자국 인구보다 1.63배 많은 753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내수 기반을 확충했다.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의 관광육성정책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은 총리가 관광정책을 직접 챙긴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인 2013년 직속으로 관광 분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발족하고 지금까지 10차례 회의를 주재하면서 관광산업 육성을 독려했다. 각료회의에서는 ‘관광 현안 점검 및 향후 방향’ 같은 관광정책의 큰 그림을 설정하고, ‘관광입국 실현을 위한 연도별 액션 플랜’과 같은 세부 사안을 의제로 다룬다.

예를 들어 각료회의는 이미 2014년에 ‘2020년 올림픽을 활용한 관광 진흥’을 목표로 정했다. 실천 방안으로 입국제도 개선, 이동환경 정비, 숙박시설 확충 등 관광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논의·결정하고 있다. 각료회의 결정 사안은 국토교통상이 좌장인 관광입국추진본부와 국토교통성 차관 주재의 워킹팀에서 보다 구체화된다. 각료회의 하부 조직에는 민간 전문가기구도 있다. ANA(항공사), JTB(일본 최대 여행사) 등 민간이 참여하는 ‘관광입국추진전문가회의’를 운영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수시로 호흡을 맞춘다.

각료회의-관광입국 추진본부워킹팀-관광입국추진전문가회의를 통해 결정된 관광정책은 관광청과 산하기관인 일본정부관광국(JNTO)을 통해 실행된다. 총리부터 민간기업까지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관광육성정책이 2018년 외국인 관광객 3191만 명, 여행수지 흑자 1조7800억엔의 관광대국 일본을 만든 것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대통령의 강력한 관광산업 육성 의지가 필요하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인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켜 대통령이 직접 관광산업을 챙겨야 한다. 아울러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목표한 정책이 잘 실행되는지 점검·보완함으로써 실효적 관광정책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일본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2014년까지는 일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은 나라였다. 그만큼 한국은 관광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인구·내수절벽 극복을 위해 민관이 함께 관광 잠재력을 깨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