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한국투자증권…'최태원 부당대출' 혐의 '경징계'

입력 2019-04-03 18:38
수정 2019-04-03 18:51


한국투자증권이 예상보다 덜한 수준의 징계조치를 받으면서 한 숨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은 3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기관경고'의 경징계를 조치했다. 일부 영업 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까지 거론됐지만 유사 선례가 없는 최초 사례인 점,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점 등이 감안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 회장(사진) 개인에게 부당대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 심사를 통과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자기신용을 토대로 발행어음을 유통해 판매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을 판매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과 같은 기업금융에만 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에 SK실트론 지분 매입자금 17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SPC는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SK실트론 지분 투자에 대한 이익이나 손실을 모두 최 회장이 갖는 구조의 계약이다.

금감원은 이 계약을 통해 실질적인 자금이 최 회장에게 갔기 때문에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법상 주식회사인 SPC에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에 기업대출이라고 반박해왔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의 대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감원은 결국 경징계로 사안을 조치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그리고 이날까지 세 차례의 제재심에서 안건을 심의한 결과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로 심의하고,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에서 '감봉' 처분을 심의했다.

제재심은 금감원의 자문기구로 심의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 금감원장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까지 진통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될 때까지 공식 입장을 유보할 방침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