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SK바이오팜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 주관사 선정 착수

입력 2019-03-27 15:13
뇌전증 치료 신약이 성과 내며 기업공개(IPO) 적기 맞아
업계 예상 기업가치 5조원 전후, 성사시 대어급 IPO


≪이 기사는 03월27일(11: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바이오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게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다음달 초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주관사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상장 예정 시기 및 실적 예상치를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증권사들에게서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속도를 낸다면 연내 상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SK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운 신약 개발회사로, SK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매출 853억원에 영업손실 947억원, 순손실 944억원을 냈다. 회사가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 신약(솔리암페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고, 보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중 가장 기대주였던 뇌전증 치료 신약(세노바메이트)는 지난 2월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6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말 미국에서 판매 허가가 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 신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 증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원래는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한국 유가증권시장을 선택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IPO 투자(상장을 앞둔 기업 투자) 의사를 타진했으나, 성사되는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팜의 예상 기업가치를 5조원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 공모금액 역시 조(兆) 단위인 대어급 IPO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셀트리온헬스케어(2017년 7월 코스닥 상장), 코오롱티슈진(2017년 11월 코스닥 상장)에 이은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의 IPO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적자 바이오기업이 미국 나스닥행을 검토했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선회한 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적자기업이라 상장시 기업가치를 예상하긴 어렵지만, 세노바메이트의 성과에 따라 회사가 기대하는 가치가 적정한지 여부에 대한 시장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의 상장이 가시화되면 지주회사인 SK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지도 증권가의 관심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가,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계획을 접기도 했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팜을 그룹의 유력 IPO 후보로 꼽아왔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SK는 자회사의 IPO 등을 통해 자본이득이 생기면 특별배당을 한다는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했다”며 “SK바이오팜의 상장이 성사되면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