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 김영민 토러스투자자문 대표
반도체 당장 회복은 어렵지만
데이터센터 중심 수요 견조
5G·2차전지 관련주도 관심을
[ 최만수 기자 ]
2001년 설립된 토러스투자자문(설정액 6500억원)은 작년 약세장 속에서 연 8.56%의 수익(개인일임 대표계좌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7.28%)를 25.84%포인트 앞섰다. 공매도를 활용하는 쇼트(매도) 전략 없이 국내 주식을 보유하는 롱 온리(매수 중심) 전략으로 낸 성과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일임 자금이 투자한 종목들은 5년 연속 코스피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 자문업계 최상위권 성적이다. 이 회사 김영민 대표(사진)는 “에이치엘비,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제약·바이오업종 주도주에 선제 투자한 뒤 차익을 실현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30년 쌓인 데이터 활용
김 대표는 자신의 강점으로 경험을 꼽는다. 그는 1988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국제금융부에 입사한 뒤 홍콩 바클레이즈증권에서 한국주식파트 본부장으로 일했다. 30년 이상 국내외 증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감에 의존하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모든 투자 판단은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에 근거해 내린다”고 말했다. “업종 사이클을 예측하는 데는 과거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토러스투자자문은 2017년에도 33.64%의 높은 수익을 거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비중을 선제적으로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반도체업황 고점 논란’이 불거지자 그해 말 반도체주를 처분하고 바이오주로 갈아탔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90% 이상인데 주가에 10~20% 확률만 반영된 종목이 많았다”며 “경영진을 수차례 만난 뒤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바이오주를 전량 매도한 뒤 다시 반도체주를 사들이고 있다. 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유망한 것은 맞지만 해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빨리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바이오업체들이 전환사채(CB)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한 것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을 내릴 때도 과거 데이터를 활용했다. 투자한 바이오주들이 MSCI 한국스몰캡지수에 포함된 뒤 패시브 자금의 힘으로 시가총액이 2조원 중반대를 넘을 때 고점 신호라고 판단했다.
“2년 후 좋아질 종목 찾아야”
반도체는 업황이 나쁘지만 지금이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과거 반도체 사이클 데이터를 보면 삼성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1.1배, SK하이닉스 0.85배일 때가 바닥이었다”며 “실적이 당장 좋아지지 않겠지만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한 큰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외에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주,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를 올해 주도주로 꼽았다. 김 대표는 “5G는 4G 때보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며 세 가지 투자 원칙을 공개했다. 당장 좋아질 것 같은 종목보다 2~5년 후 오를 수 있는, 중장기적 비전이 있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는 종목을 먼저 고르는 보텀업(bottom up) 전략보다 업황을 보는 톱다운 전략이 유효하다”며 “좁은 시야에 머무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수급 측면에서 장기간 매도가 이어진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오랫동안 외면한 종목일수록 더 좋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는 “거품을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주식에는 항상 거품이 끼게 마련”이라며 “적정가격이 됐다고 파는 것은 평범한 펀드매니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버블이 어느 정도 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매도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