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마이너스 금리, 인터넷 뱅킹 영향으로 '좁은 문'된 日 대형은행 취업

입력 2019-03-18 10:19
수정 2019-03-18 10:21

한 때 일본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았던 일본 3대 은행의 취업문이 크게 좁아졌습니다.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한 일본의 구직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 금융권의 전통적인 선호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이 됐습니다. 일본 3대 은행은 내년 4월 대졸 예정자 채용규모를 올해 보다 20%이상 줄이기로 했습니다. 10여 년 전에 비하면 채용규모가 3분의1로 줄었다고 하는데요. 2016년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이 시행된 이후 일본 은행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고 정보기술(IT)발전과 인터넷 뱅킹 확대로 은행 점포에서 필요한 인력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3대 은행(메가 뱅크)가 2020년 4월 입사할 대졸 채용인원 규모를 1800명 선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올해 대졸자 채용규모(2300여명)에 비해 20%이상 줄어든 것입니다. 회사별로 10~30%가량 채용인원을 감축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본에서 ‘취업 빙하기’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던 2007년에 3대 은행이 6000명가량을 채용했던 것에 비하면 채용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일본 대형은행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일부 도입한 2016년 이후 부터입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으로 채용 규모가 축소됐습니다.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채용규모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IT기술의 발달도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감축에 한몫했습니다. 통상적인 일반 업무를 하는 금융소프트웨어가 도입되면서 데이터의 입력과 집계, 계약내용 조회 등 단순 업무의 상당부분이 자동화됐습니다. 인터넷뱅킹의 확대와 캐시리스화 진행으로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에서 은행 점포 방문객은 최근 10년 새에 30~40%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점포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 작업도 상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전국 500여개 거점 중 2024년까지 100개가량을 줄인다는 계획을 2017년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달에는 도심 지역에 있는 수십 개 거점을 추가로 통폐합한다는 방침도 내비쳤습니다. 미쓰비시UFJ은행도 2023년까지 은행원이 창구에서 근무하는 전통적인 점포를 현재 515개소에서 절반 정도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화상전화 등을 이용해 주요 업무를 볼 수 있는 ‘셀프형’점포를 늘린다는 생각입니다.

시대 흐름의 변화는 전통적인 인기직장의 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의 취업걱정이 사라졌다는 일본에서도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업종, 채용 규모를 줄이는 업종도 없지 않습니다. 대형은행은 과연 ‘과거형 직장’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것인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