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의뢰한 ‘버닝썬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처리하게 됐다. 국가적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중앙지검에 배당했다는 것은 사건의 엄중함을 그 만큼 크게 본다는 의미다.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은 중앙지검이 어떤 부에 사건을 맡길지로 쏠리고 있다. 담당 수사부에 따라 검찰이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잡는지와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역할만 하게 될지, 별도로 직접 수사를 하는지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전략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이 서울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서 벌어진 마약과 일부 연예인들의 성범죄은 물론 ‘경찰 유착 비리 의혹’까지 집중 수사를 벌이면, 경찰로서는 수사권 강화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경찰 조직 전체가 흔들리게 되고 경찰에 수사권을 더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잃게 되서다. 권익위 고발 내용에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로 추정)’이 언급됐기 때문에 어떤 식의 수사든 경찰 조직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그룹 빅뱅의 승리와 가수 정준영 관련 사건에 대해 가급적 이번 중에 수사 부서를 정할 계획이다. 담당 부서는 4차장검사의 지휘를 받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나 강력부가 거론된다.
중앙지검에는 4명의 차장검사가 있다. 1차장검사는 형사1~9부를 관할하고 2차장검사는 공안과 공판을 주로 챙긴다. 3차장검사는 특별수사 1~4부와 공정거래조사부, 조세범죄조사부 등이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수사하고 있다. 4차장검사 아래에는 강력부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범죄수익환부 등이 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불법촬영 등에 대한 범죄를 주로 다룬다. 검찰이 버닝썬 사건을 주로 여성문제 시각으로 봤다면 이곳에 배당을 줄 수 있다. 강력부는 조직범죄수사과와 마약수사과가 있는 만큼 사건을 보다 큰 틀에서 보게 된다.
형사부 배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부는 모두 9개가 있지만 인권·명예보호전담부(1부), 식품·의료범죄전담부(2부), 사행행위·강력범죄전담부(3부), 경제범죄전담부(4부), 교통·환경범죄전담부(5부), 지식재산·문화범죄전담부(6부), 금융·기업범죄전담부(7부), 건설·부동산범죄전담부(8부), 조세·사행행위범죄전담부(9부)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한 ‘버닝썬’를 맡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의 유착 의혹은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전직 경찰만의 비호로 거대한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에 수사결과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흥업소나 특정계층의 마약범죄 등 일탈에 대해 전국으로 수사를 확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국세청 등 관계기관도 유사한 유흥업소 등이 적법하게 세금을 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지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특별수사부가 움직일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대형 사건을 담당하느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사건 진행 상황에 따라 특수부 일부 검사가 포함된 별도의 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보다 직접 수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인사까지 수사 대상을 삼아야 하는데 간접적 지휘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 검찰 내부관계자는 “버닝썬 사태를 바라보던 검찰의 시각은 대체로 경찰 수사가 탐탁치 않다는 분위기”라며 “검찰이 사건을 맡는다면 경찰을 수사지휘하는데 집중하기보다 별도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