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유치원 개학일 연기 두고 ‘내분’

입력 2019-03-01 11:53
수정 2019-03-01 12:42
교육부 1일 오후 2시 긴급대책회의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무기한 개학연기’를 선언한 가운데 일부 지회에서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교육당국은 현황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1일 한유총 등에 따르면 박진원 한유총 인천지회장은 전날 한유총 지도부의 개학연기 선언 직후 “동의할 수 없다”며 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한유총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4일부터 무기한 개학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은 회원 유치원 3318곳 중 68%가량인 2274곳이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박 지회장은 사퇴하면서 “인천지회는 단 한 번도 한유총 지도부의 결정에 반대한 적 없지만 이번 발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본분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천지회 소속 유치원들 중 “지회장의 거취와 상관 없이 무기한 개학연기에 참여하겠다”는 곳도 있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유치원들이 문을 잠글 지는 미지수다.

다른 지역들도 유치원 회원들 간 의견이 분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유총 서울지회 소속 한 사립유치원장은 “학부모 문의전화를 받고서야 한유총의 무기한 개학연기 방침을 알게 됐다”며 “사전에 개별 회원들과 상의한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개학연기는 무리한 조치 아니냐”고 성토했다. 지난 2017년 한유총이 파업을 선언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던 선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경기 용인 동탄 등에선 학부모들에게 개학유보 안내문을 보내는 사립유치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동탄의 한 유치원은 “3월부터 적용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으로 인해 더 이상 질 좋은 유아교육을 할 수 없어 부득이 새 학기 개학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교육당국도 긴급회의를 연다. 교육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시도 부교육감들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에서 개학연기 유치원 현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