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가계소비증가율 2.8%의 역설

입력 2019-02-19 17:37
전년비 0.2%P 는 가계소비…'소주성' 효과?
고가 수입품 소비 때문…소득분배 악화 확인
빈곤층 소득증가도 임금 아닌 복지지원 덕

안동현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가 최근 발표됐다. 예상치와 부합하는 2.7%로 나타났다. 2017년 3.1%에서 0.4%포인트 하락했다. 증가율 하락을 이끈 요인은 건설 및 설비투자 감소로 각각 4.0%, 1.7% 줄었다. 반면 가계소비는 2.8% 늘어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했으며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섰다.

여권에서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결과를 두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이런 주장을 수긍하기 쉽지 않은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성장이란 이름을 붙인 이상, 중간 과정이야 어떻든 증가율이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수출이 부진했다면 대외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하겠지만 수출 증가율은 4%로 5년 만에 최고였다.

이런 결과를 두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성급하다. 아직 정책이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의 시행과 결과 사이의 시차를 감안하면 증가율 부진을 정책 실패로 단정하기에는 이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표를 통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인 미시정책이 과연 가계소득 증가를 견인했는지, 더불어 소득분배가 개선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먼저, 2017년 가구당 소득은 4.1%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세금, 연금,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8%에 달하면서 처분가능소득은 3.3% 증가를 나타냈다. 그런데 소득증가율을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수준이 하위 20%인 1분위가 5.6%, 2분위 3.9%, 3분위 3.3%, 4분위 3.6%, 마지막으로 상위 20%인 5분위가 4.6%로 전체적으로 ‘U자’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소득이 낮은 1분위 소득증가율은 임금이나 사업소득보다는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을 통해 증가가 이뤄졌다. 따라서 U자 형태의 분위별 소득증가율은 사회복지성 지출 증가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선택적 복지지출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증대로 연결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계소득 증가도 작년에는 실질적으로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의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분석에 대해 반론으로 제기한 자료를 보자. 3분기까지의 결과를 보면 명목임금 인상률이나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지만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률 증가로 인해 명목처분가능소득은 1% 이하 수준으로 증가했을 뿐이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즉, 3분기까지 우리 가계의 구매력은 뒷걸음질한 것이다. 4분기 통계가 발표돼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분위별 실질처분가능소득 역시 작년에 반전됐을 가능성이 있다.

3분기까지의 결과를 보면 1분위부터 3분위까지의 처분가능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인 4분위와 5분위는 증가해 소득분배가 오히려 악화됐다. 따라서 작년 3분기까지의 결과를 보면 임금 인상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는 고용 감소로 인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줄이고 이런 감소폭은 공적소득이전으로도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지면의 한계로 2.8%의 소비증가율에 대해 논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학회에서 서강대 최인 교수와 이윤수 교수가 발표한 실증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 증가가 외제 자동차와 같은 수입품 증가에 따른 것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내수증진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 가구나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6.5%로 소비품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따라서 2.8%의 소비 증가는 중산층 이상 계층의 소비 확대에 따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의 눈에는 2.8%란 소비 증가율이 역설적으로 슬픈 우리 경제의 단면을 비춰주는 것으로 보인다.

ahn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