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워 넷플릭스 대항해야 하는데…국회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추진

입력 2019-02-18 17:40
국회, 25일 재도입 여부 결정
사업자 점유율 33.3%로 제한 땐 합종연횡 막아 시장 정체될 수도

과기정통부는 폐지 입장
"점유율 규제, 글로벌 흐름에 역행"


[ 이승우 기자 ]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를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SK텔레콤이 인터넷TV(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2위 업체 티브로드를 합병하기로 방향을 확정했다.

▶본지 2018년 2월 18일자 A1, 4면 참조

이런 가운데 국회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을 아우르는 유료방송업계 간 합종연횡을 막을 수 있는 점유율 합산규제 재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합산규제가 부활하면 국내 업체들은 손발이 묶여 덩치를 키울 수 없다.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등을 방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국회, 25일 합산규제 재도입 결정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5일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열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사업자의 합산 점유율이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KT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한 KT 때문에 마련된 법으로 2015년 6월 도입됐다. 작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에서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KT의 합산 점유율은 KT 20.67%, KT스카이라이프 10.19%로 총 30.86%다. KT 외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10% 초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유료방송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료방송 4위 사업자였던 LG유플러스(11.41%)가 3위 CJ헬로(13.02%) 지분 ‘50%+1주’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24.43%, 가입자는 780만 명에 이르게 된다.

SK텔레콤은 자사 계열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13.97%)와 6위 업체인 티브로드(9.86%)를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절차가 끝나면 합산 점유율이 23.83%로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다.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 통신 3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79.12%에 이르게 된다. 딜라이브(6.45%) CMB(4.85%) 현대HCN(4.16%) 등 나머지 케이블업체들도 매물로 나와 있어 통신 3사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미디어 환경도 유료방송시장 재편을 부추기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대형 OTT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190개국 1억3000만 명이 넘는 유료 이용자를 바탕으로 연간 8조원 이상 콘텐츠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 디즈니 등 콘텐츠업체들이 OTT 시장에 가세했다. 미국 2위 통신사 AT&T도 미디어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등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국내 유료방송업계도 인수합병(M&A)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합산규제로 시장 정체될 수도”

국회 과방위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카드를 재검토하는 이유로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가입자 확보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케이블이 닿지 않는 산간벽지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공성을 가진 KT스카이라이프의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검토를 중단했다. 국회에선 KT스카이라이프를 분할하거나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합산규제를 재도입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민간 기업인 KT의 KT스카이라이프 지분 매각을 강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합산규제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신업계 관측이다.

통신 3사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합산규제가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가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면 통신 3사가 시장을 3분할하는 과점 형태가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이 IPTV업체 위주로 재편되더라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이 활발하게 벌어져야 하는데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시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와 달리 정부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국회에 합산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규제는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