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마루마루의 폐쇄와 한국 만화시장의 미래

입력 2019-02-18 09:01
많은 사람이 저작자의 허가 없이 저작물을 번역하고 복제하는 행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기존의 불법 복제·번역 사이트보다
훨씬 나은 서비스가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만화 분야에서의 불법 저작물로 범죄수익을 거두고 대한민국 서브컬처에 큰 피해를 끼치던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복제·번역 사이트 ‘마루마루’가 2018년 11월 21일자로 폐쇄됐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마루마루의 핵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고, 만화 스캔본 등을 올려온 관계자들에게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동안 불법 만화사이트 대표자가 줄줄이 경찰에 입건된 데 이어 마루마루 또한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불법 만화사이트 단속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가 불법이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왜 수요가 있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국에 비해 양질의 콘텐츠를 지닌 일본 만화, 번역이 느리거나 때론 오탈자와 오역이 많은 정규 번역가들의 오류성, 한국 출판사의 느린 정식 발매 또는 일방적 출판 중단과 원작 파괴를 서슴지 않는 부당한 검열, 그런 검열을 강제하는 반헌법적 검열제도와 비선출직 위헌기관의 독재가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유가 단지 무료여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출판사도 이런 문제를 그냥 방치하고 불법 복제·번역물이 아니라 정발본을 이용하게 하지 못한 책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만화의 번역·출판을 부진하게 하는 것은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만화가들 자신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마루마루 이용자들은 자기 취향의 시장을 박살내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출판 만화시장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만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만화시장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지식재산권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불법적인 여지가 줄어드는 나라가 바로 문화선진국이다. 진정한 선진국은 수출로만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나라가 아니다.

김재환 생글기자(경희고 2년) ktkk224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