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船 싹쓸이 한다지만 로열티로 6000억 날려

입력 2019-02-14 17:28
뉴스後 - '조선 빅3' LNG船 점유율 86%의 '허실'

작년 61척 따냈지만…

LNG船 한 척 수주 때마다 화물탱크 원천기술 가진
佛 GTT에 100억씩 지급

재료비·인건비 등 제외한 선박 건조 이익과 맞먹어
업계 "독자기술로 만든 탱크, 국내 해운사마저 외면" 지적


[ 김보형 기자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지난해 싹쓸이 수주에 성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업에서 6000여억원의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해외 업체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술로 LNG를 보관하는 화물탱크를 개발하고도 해운사들 외면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17만㎥ 이상의 대형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선가(약 2000억원)의 5%인 100억원을 프랑스의 화물탱크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GTT에 로열티로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25척)과 대우조선(18척), 삼성중공업(18척)이 지난해 수주한 LNG 운반선이 61척인 것을 감안할 때 로열티로만 6100억원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LNG 운반선 한 척을 건조할 때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이익은 5~7%(약 100억~140억원) 수준이다. ‘재주는 한국 조선사가 부리고, 돈은 프랑스 GTT가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NG 운반선의 화물탱크는 영하 163도에서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는 LNG선의 핵심 시설이다. GTT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도 독자기술로 화물탱크를 개발했지만 실제 적용에는 애를 먹고 있다. 조선 빅3는 발주사인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국형 화물창’인 KC-1을 개발해 2018년 LNG 운반선 2척(국적 26, 27호선)을 건조했다. 하지만 LNG 화물창에 설계 결함으로 추정되는 품질 문제가 발생해 운항이 중단됐다.

대우조선이 2017년 개발한 화물탱크인 ‘솔리더스’도 LNG 운반선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 LNG 운반선은 척당 가격이 2000억원에 달해 해운사들이 안전성이 검증된 화물탱크를 선호한다. 앞으로도 국산 화물탱크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7년까지 매년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LNG 운반선은 63척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조선 빅3의 LNG 운반선 점유율(86%)을 감안하면 매년 5400억원(54척) 이상이 GTT에 로열티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는 가스공사를 비롯해 국내 해운사들이 발주한 LNG 운반선이라도 국산 화물탱크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에 주는 로열티가 조선사의 건조 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조선·해운산업의 상생 차원에서라도 국산 화물탱크 채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