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단 여초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

입력 2019-02-11 18:09
구은서 지식사회부 기자 koo@hankyung.com


[ 구은서 기자 ] “여자든 남자든 무슨 상관입니까. 초심이 멍들어 교편을 놓지 않으면 다행이죠.”

한 초등학교 교감에게 ‘교단 여초 논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닷새간 교사 체험을 한 뒤 ‘가르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혀를 내두르지 않았느냐”며 “남녀를 불문하고 교권이 위협받고 있는 게 교단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했다.

매년 새내기 교사 임용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이맘때면 교단의 여초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는 성장기 학생들의 역할 모델로, 고른 성비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임용고시에서도 지역별 여성 합격자 비중이 대체로 70~80%나 된다. 그래서 ‘남성 채용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교사의 자질은 성별과 관련이 없고, 이미 초등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에서 특정 성별이 60~80%를 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어 이중특혜라는 게 교사 사회의 중론이다.

일선 교사들의 근심 어린 눈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 ‘바늘구멍’을 뚫고 합격한 교사들이 교직에 회의감을 안고 일찌감치 학교를 떠나는 ‘명퇴(명예퇴직) 러시’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올해 2월 명퇴를 신청한 교사는 6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1년간,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명퇴를 신청한 교사 수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교권 붕괴’라는 거대한 단어에 담긴 속사정은 다양하다. 드라마 ‘SKY캐슬’로 대표되는 공교육 불신,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분쟁과 소송전 등 교사들이 토로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최소한 ‘매 맞는 교사’는 막아야 교권을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교사들의 호소다. 폭행, 성추행 등 중대한 교권 침해를 가한 학생조차 전학조치가 불가능해 교사가 오히려 전근을 가는 일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실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체벌을 금지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설치했듯이, 어떤 교사에게든 최소한의 보호장구는 필요하다. 불행한 교사가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