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매출 94조, 1년새 5% 감소
美中 무역전쟁 '차이나쇼크' 영향
혁신 없는 '초고가' 정책 한계
"애플 시대는 끝났다. 애플이 노키아의 운명이 될 수도 있다. 과거 휴대폰의 왕좌에 앉았다가 몰락한 노키아 말이다."(미국 경제 월간지 포브스)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3개월새 주가는 30% 이상 빠졌고 아이폰 매출도 15% 이상 줄었다. 차이나쇼크와 혁신 없는 초고가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각) 지난해 4분기(10월~12월) 843억 달러(94조3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새 5% 넘는 매출이 하락한 것이다. 수치로는 40억달러(4조4760억원)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4분기 실적 전망치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애플은 앞서 4분기 매출이 890억~930억달러(99조5910억~104조670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이달 초 팀 쿡 CEO가 투자자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매출 전망을 840억달러로 낮췄지만 애플 스스로도 이 정도로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실히 드러났다. 애플의 기세가 급격히 꺾인 배경이다.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차이나쇼크'다.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데 무역전쟁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는 급감했다. 2015년까지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12%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7%까지 떨어졌다. 애플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나오는 걸 감안할 때 상당한 타격이다. 중국의 반미 감정이 짙어지면서 중국내 아이폰 판매량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차이나쇼크의 최대 피해자로 애플을 꼽는 이유다.
더 큰 원인은 매년 신형 아이폰 가격을 인상하며 순이익에만 몰두하는 '혁신 없는 초고가 정책'이다. 애플의 4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5% 하락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이다. 4분기 순이익도 200억달러(22조3600억원)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실적 성장이 신제품 가격을 높이는 초고가 정책에 따른 것이라 전망은 밝지 않다. 평균 판매가격을 높여 매출과 이익은 늘었지만 판매 수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아이폰 1대당 평균판매가격(ASP)은 2010년 666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96달러를 거쳐 올해 852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ASP가 200달러 중반에 머무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다. 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 이익의 60%를 독식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애플의 초고가 정책이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XS맥스의 가격은 무려 1449달러(약 164만원)다. 아이폰 주요 소비자층의 3~4개월치 주거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신규 구매층 확보도 쉽지 않다. 더욱이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아이폰에 대한 강점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 더 이상 아이폰을 구입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외한 하드웨어 및 서비스 매출이 증가(4분기 기준 19%)한 것을 언급하면서 고무적이라 자평했다. 팀 쿡 CES는 "실적이 우리 전망치를 벗어난 것은 실망스럽지만 장기적 관점의 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앱스토어를 비롯한 서비스 매출이 109억달러(12조197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긍정적이다. 애플이 성공적인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여전히 14억대에 이르는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고객 충성도가 예전만 못 한 건 사실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시절의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애플의 가장 큰 문제"라 평가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