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자영업 리포트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종로 '젊음의 거리'
젊음의 거리 식당 10곳 중 5곳
"지난 6개월간 종업원 더 줄여"
[ 이우상/성수영/안효주/정의진 기자 ]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 있는 E고깃집은 지난해 말 주방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 서빙 종업원 두 명을 모두 내보냈다. 이 식당은 작년 여름에도 종업원 한 명을 해고한 터였다. E고깃집 주인은 “최저임금이 최근 2년 동안 30% 가까이 오르면서 급여뿐만 아니라 4대 보험료,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져 어쩔 수 없었다”며 “종업원 대신 얼마 전부터 딸과 사위가 퇴근 후 밤에 나와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2018년 7월 30일자 A4면 참조
한국경제신문이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젊음의 거리는 자영업자들에겐 ‘고통의 거리’였다. 지난해 7월 ‘2018년 자영업리포트’ 연재 당시 처음 취재를 나갔을 때도 이미 최저임금 16.4%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폭탄’을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당시에는 방문한 식당 18곳 중 13곳이 연초 이후 종업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는 18곳 중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10곳을 지난 21일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정은 더 나빠져 있었다. 10곳 중 5곳이 지난해 7월에 비해 종업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종업원을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1곳은 종업원을 줄이지 않다가 이번에 감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업원을 내보내지 않은 식당도 가족을 동원하거나 주인이 혼자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식의 자구책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의 神'도 곡소리…"6→3→0명, 이젠 자를 직원도 없다"
10곳 중 5곳 종업원 줄였다
■ 최저임금에 식재료비도 인상
■ 주 52시간 영향, 회식도 줄어
■ 주휴수당 챙겨주다간 못버텨
인건비 부담에 영업시간 줄이고 최소 인력만 남긴채 가족 동원
새벽시간대 주인 혼자 일하기도
'아이돌 먹방 특수'에 곱창집만 유일하게 종업원 늘려
“(시간당) 최저임금이 작년에 1000원, 올해 800원 올랐어요. 아르바이트 네 명을 하루 10시간씩 쓴다고 하면 2년 동안 인건비 3000만원 이상이 추가되는 겁니다.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버티겠어요?”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 있는 닭요리 프랜차이즈 G식당 주인은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G식당은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 여섯 명 직원을 네 명으로 줄였다. 올해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지만 이미 최소 인력 규모인 직원 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대신 작년 말부터 영업시간을 새벽 1시에서 3시로 두 시간 늘리고, 이 시간대에 주인이 혼자 일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다시 찾은 젊음의 거리는 6개월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곳 식당 열 곳 중 다섯 곳이 지난해 7월 조사 당시와 비교해 종업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과 주휴수당(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것) 지급 현실화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침체됐던 상권은 주름이 더욱 깊어진 모습이었다.
다섯 명 직원 다 내보내기도
인터뷰에 응한 식당 열 곳 중 네 곳은 지난해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종업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A부대찌개집은 지난해 상반기에 종업원을 여섯 명에서 다섯 명으로 줄인 데 이어, 하반기에는 나머지 종업원도 모두 내보냈다. A부대찌개집 사장은 “이젠 아내와 둘이서만 장사를 한다”며 “음식장사는 술장사가 반인데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회식 문화가 사라진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장사가 더 힘들어졌다”고 탄식했다.
B족발집은 지난해 종업원 11명을 아홉 명으로 줄인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여섯 명으로 감축했다. B족발집 사장은 “인건비가 오르는데도 프랜차이즈다 보니 본사의 지시 없이 메뉴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며 “인건비 상승과 매출 감소를 놓고 계산해보니 이달 수입이 지난달(12월)에 비해 3분의 2로 줄었다”고 말했다.
종업원을 줄이지 않고 버티다 결국 내보낸 식당들도 있었다. C이자카야는 지난해 들어 7월까지 종업원 여섯 명을 데리고 일하다가 이후 두 명을 줄였다.
오히려 종업원을 늘린 곳도 있긴 했다. J곱창집은 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명이었던 종업원을 11명까지 늘렸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무관한 업종 특수에 따른 결과였다. J곱창집 사장은 “지난해 여름 한 아이돌그룹 멤버가 곱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곱창 붐이 일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에 공실 증가로 손님 ‘뚝’
종업원을 줄이지 않은 식당들도 다른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F감자탕집 주인은 “종업원을 퇴근시키고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영업시간을 줄이는 사례도 있었다. I생고깃집은 지난해 말부터 영업시간을 한 시간 줄였다.
자영업자들은 특히 주휴수당 지급이 현실화한 것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H주점 주인은 “그동안 주휴수당이란 걸 모르고 장사해왔는데…”라며 “겨울엔 맥주 장사가 안되는데 주휴수당까지 주면 망한다”고 토로했다.
증가하는 인근 오피스 공실률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종로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017년 4분기 11.0%에서 올해 3분기 두 배 수준인 20.3%로 증가했다. 젊음의 거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인근 공실률까지 증가해 저녁 장사는 접을 판”이라고 말했다.
이우상/성수영/안효주/정의진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