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전력 교수를 학장에 앉힌 뉴욕주립대 송도캠퍼스

입력 2019-01-28 17:22
'미투 사각지대' 해외大 국내캠
외국교육기관 설립 특례법 적용
성범죄자 채용해도 법 위반 안돼

"교육부도 까맣게 몰랐다"
2013년 여성 신체 몰카로 유죄…2016년 7월부터 경영학과 재직
학교측 "본인이 반성하고 있고 학문적 성과 뛰어나 임용했다"


[ 이수빈 기자 ]
뉴욕주립대가 ‘고려대 몰카 사건’으로 사직한 조모 교수(57)를 인천 송도에 있는 한국캠퍼스 경영학과 학장으로 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 교수는 2013년 고려대 재직 시절 제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돼 유죄 판결을 받고 사직한 바 있다. 관할 부처인 교육부조차 이 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한국경제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욕주립대, 성범죄 전력 알고도 임용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조 교수는 2016년 7월부터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경영학과 학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2013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서울의 한 극장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이용해 뒷자리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그는 식당 여자 화장실과 자신의 연구실 등에서도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교수는 2013년 7월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났으며 같은 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판사 류종명)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기소된 조 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이렇게 교단을 떠난 지 3년 만인 2016년 7월 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 경영학과 학장으로 전격 임용됐다. 뉴욕주립대는 이 과정에서 조 교수의 성범죄 전력을 확인하고도 임용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주립대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학문적 성과가 뛰어나 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법도 미국법도 적용 안 돼 ‘황당’

교육부는 2017년 성범죄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원은 즉시 직위해제하고,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되면 교단에 설 수 없도록 초·중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을 개정했다. 신규 임용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재직 중일지라도 성범죄 전력이 확인되면 퇴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 교수가 버젓이 교단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대학 국내 캠퍼스에는 이 같은 법령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해외대학 캠퍼스는 고등교육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교원 임용이나 재정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 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외국 교육기관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가 국내법은 물론 미국 현지 규제조차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미국 변호사는 “뉴욕주에서도 불법 촬영은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원 채용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가 이뤄진다”면서도 “본토가 아닌 해외 캠퍼스의 경우 미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않는 한 성범죄 가이드라인인 ‘타이틀Ⅸ’ 등 미국 관련 법령을 따를 의무가 없다”고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불법 촬영 재범률이 53%에 달하는데 미국법도 한국법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범죄자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단에 그대로 다시 세운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