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발효]카뱅·케뱅, 성장길 열려…금융소비자 편익 높일까

입력 2019-01-17 13:07
수정 2019-01-17 14:03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발판으로 퀀텀점프(대도약)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규제로 실탄 확보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지분 구조 재편을 통해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으리란 분석이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집중된 신규 사업이 추진력을 얻게 되면 금융소비자들의 편익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이날 공식 발효됐다.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없을 경우 10%)에서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시장 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따랐다. 법 시행에 따라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물론 차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에도 물꼬가 트였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KT가 아닌 우리은행이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 역시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다. KT, 카카오가 각 기업의 실질적 대주주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지분 보유에 제동이 걸린 탓에 의사 결정과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케이뱅크가 실탄 확보에 난항을 빚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출상품의 판매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지분 구성이 20개 주주로 쪼개진 탓에 유상증자가 쉽지 않았다.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는 모든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고는 실권주 발생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KT는 인터넷은행법 시행 직후 지분율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케이뱅크의 지분을 10%에서 34%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KT가 신주 발행·구주 인수 등으로 지분을 늘리고, 독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케이뱅크도 사업에 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대출사업 확대, 지난해부터 준비 중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애플리케이션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앱투앱)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터넷은행법 시행이 반가운 것은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다. 지분율 재편을 통해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카카오뱅크와 기존 카카오서비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동훈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자체 서비스들과 카카오뱅크의 서비스를 연계해 유기적인 시너지가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의 텐센트가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는 텐센트 고객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법 발효 이후 주주들과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지분을 확대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현재 최대주주(지분율 58%)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해뒀다. 콜옵션을 통해 카카오는 지분율을 30%로 높여 1대 주주에 오르고, 한국투자는 카카오보다 1주 적은 2대 주주로 내려온다는 내용이다. 이때 주식은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넘기는 것으로 합의됐다.

인터넷은행법 시행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정부가 금융시장 혁신,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목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한 만큼 이들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계산이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5조1000억원으로 늘리고, 케이뱅크도 올해 6000억원 규모로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두 은행은 올해부터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도 선보이기로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를 조건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살 길을 터준 것 아니겠느냐"며 "금융당국이 KT와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이 역시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