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호텔 신라방'…첫 타자는 베트남 다낭

입력 2019-01-15 17:38
"40년 노하우 신라가 맡아달라" 위탁경영 요청

신라호텔 글로벌 진출 본격화
탄콩그룹 호텔 연말부터 운영
대규모 투자 리스크 줄이려
해외 진출 땐 위탁경영 주력

하노이·발리·LA서도 추진


[ 류시훈 기자 ]
자동차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베트남 탄콩그룹은 한국과의 인연이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와 계약을 맺고 2009년부터 반조립제품(CKD)으로 아반떼 산타페 등을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작법인 ‘현대-탄콩’도 설립했다. 이런 이유로 응우옌안뚜언 탄콩그룹 회장은 한국을 자주 찾는다. 대부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다. 응우옌안뚜언 회장은 호텔신라 측에 “다낭에 호텔과 리조트를 지으려 하는데 운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호텔신라가 올해 말 베트남의 휴양지 다낭에 완공되는 탄콩그룹 소유 호텔(조감도)을 ‘신라’ 브랜드로 운영하게 된 배경이다. 호텔신라로선 2006년 중국 쑤저우에 있는 ‘진지레이크 호텔’의 위탁경영을 맡은 이후 13년 만의 해외 사업이다.

올해 40주년…해외시장 공략 시동

호텔신라가 서울 신라호텔 개관 40주년인 올해부터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한다. 신라면세점이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의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것처럼 호텔신라도 위탁경영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위탁경영은 건물을 소유한 회사가 호텔 경영 노하우를 갖춘 업체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이다. 부지를 매입해 호텔 또는 리조트를 건설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떠안아야 한다. 힐튼 하얏트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은 해외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탁경영에 주력해왔다.

호텔신라는 10여 년 만에 해외 사업을 재개하면서 다낭 호텔에 ‘신라 모노그램(Silla Monogram)’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적용한다. ‘신라 모노그램 베트남 다낭’은 한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논누옥 해변에 들어선다. 지상 9층 규모로 객실 수는 300여 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낭의 고급 골프장 중 하나인 몽고메리CC도 마주하고 있다.

“신라가 운영해달라” 요청 잇따라

호텔신라는 2021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200여 개 객실을 갖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맡아 ‘신라스테이’ 브랜드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베트남(하노이), 인도네시아(발리), 미국(로스앤젤레스) 등에서도 다른 호텔사업자와 위탁경영을 추진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해외의 호텔신라 체인을 10여 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호텔신라에는 각국 호텔 사업자의 위탁경영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호텔신라 측은 △지난 40여 년간 국내 최고의 호텔을 운영한 경험 △해외에서도 럭셔리 호텔사업자로 통하는 브랜드 파워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가 출범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한 성과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뷔페식당 ‘더 파크뷰’, 한식당 ‘라연’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등 식음료 매장 운영 능력도 해외 사업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연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에서 호텔 레스토랑으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해외 호텔사업자는 신라의 F&B(식음)부문 경쟁력에도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