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동맹'의 추억…바짝 붙은 아베·메이

입력 2019-01-11 17:43
수정 2019-04-11 00:00
日, 미·중 틈새 새 활로 찾기
英, 유럽 밖 새 우방 필요
브렉시트 이후 협력 모색


[ 정연일 기자 ]
유럽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양국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영국이 미래 관계에 대한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한 반대 의사도 밝혔다. 양국이 최근 부쩍 가까워지면서 ‘제2의 영·일 동맹’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아베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메이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영국은 유럽 시장 접근을 위한 중요한 관문”이라며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노 딜’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있다”며 “메이 총리가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는 영국과 일본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바이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친환경 등 다양한 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군 군함을 동아시아에 파견해 대북 제재 집행을 돕기로 하는 등 안보 협력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립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약해질 위기에 처한 일본이 영국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영국과 관계를 강화해 간접적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이 커지기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브렉시트가 마무리되면 유럽으로부터 고립될 위험이 있어 유럽 밖에서 새로운 우방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EU 탈퇴 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일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그동안 영국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요청해 왔다. CPTPP는 일본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무역협정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CPTPP 참여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영국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경제 교류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섰고, 1000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영국에 진출해 15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