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충원 안돼 경찰 산악구조대 이달말 해체"

입력 2019-01-07 17:39
2023년까지 의경 단계 폐지…방범순찰도 축소 불가피 '민생치안 적신호'

북한산 등 산악구조대 해산
조난·추락 등 신속대응 못해 산악인들 사이에 불만 팽배
홍보단·야구단 등도 해체 수순

경찰 2만명 뽑지만 현장 혼란
"민생치안은 예방이 핵심인데…인력 부족에 방범 활동 위축"


[ 이현진/박진우/임락근 기자 ] 의무경찰(의경) 제도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의경에 의존해온 경찰 각급 부서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산악구조대 방범순찰대 등은 자연스레 폐지 수순을 밟고, 대사관 등 주요시설 경비인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의경 폐지에 따른 치안 공백은 경찰관 2만 명을 신규 채용해 해소할 계획이지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악구조대 해산 결정

7일 경찰청에 따르면 도봉산 북한산(사진) 등에 배치된 경찰 산악구조대가 이르면 이달 안에 해산할 예정이다. 구조대에서 근무하던 의경들이 차례로 제대하면서 인력 공백이 생겼지만 충원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해당 산의 시설관리공단이나 소방서에서 구조를 도맡아야 한다. 산악구조대 출신의 한 경찰은 “구조 외에 경찰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관할 파출소에서 출동해 산을 타야 한다”며 “치안센터로라도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봤지만 의경이 없으면 유지가 안 돼 해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당장 산악인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산악구조대가 사라지면 조난 추락 실종 등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조 외에 분실물 관리, 위법행위 단속 등 산악구조대가 해온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경 폐지 여파로 산악구조대뿐 아니라 의경으로 뽑힌 경찰청 야구단·축구단·악단·군악단 등도 없어진다. 경찰청은 매년 11월께 해오던 야구선수 선발을 지난해 그만뒀다. 현재 남은 선수 20명이 올해 8월 전역하면 야구단은 해체될 예정이다. 축구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찰청이 지난해 선수 선발을 중단하면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은 내년부터 경찰 소속이 아니라 시민구단으로 전환된다. 의경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해온 체육계의 반발이 크지만 경찰은 국가 정책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범 순찰 횟수 줄어들 것”

전체 경찰 인력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의경이 없어지는 사태를 대비해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경찰관을 매년 3700명씩 선발, 총 2만 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매년 선발되는 3700명 중 1700명은 민생치안을 담당하고 나머지 2000명은 의경 역할을 대체한다. 폭력 시위가 줄어든 만큼 충분히 치안 공백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청의 판단이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일선 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방범순찰대다. 의경으로 이뤄진 조직인 만큼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선 서 방범순찰대장은 “민생치안은 직접 범인을 잡기보다는 순찰을 통해 범죄예방 활동을 하는 게 핵심”이라며 “경찰이 의경을 대체하더라도 절대적인 숫자가 줄기 때문에 현재 월 10회가량 나가는 방범순찰 횟수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경이 하던 업무를 가져와야 하는 일선 경찰의 불만도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위 진압·출동이 잦은 기동대와 경비과 업무가 대표적이다. 일선 서 수사과장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몸이 상하는 경우도 많고 전문성도 기르기 어려워 경찰끼리는 ‘때운다’고 표현한다”며 “기동대 등에 속한 의경이 줄어들면 경찰이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진/박진우/임락근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