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일본…남들이 포기한 해외시장 개척한 넷마블

입력 2019-01-06 18:12
2019 위기를 기회로 - 창업 기업인의 꿈과 도전

작년 3분기 해외매출 비중이 73%
中 사드 보복에 美·日시장 뚫어
철저한 현지화·M&A로 성공


[ 김주완 기자 ] “넷마블이 먼저 길을 만들겠습니다. ‘글로벌 파이어니어(개척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2016년 2월 기자간담회)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던진 순간이다. 넷마블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 지형을 단숨에 깨뜨렸다. 특히 중국이 아닌 다른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해외 시장 개척 전략은

넷마블의 지난해 3분기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73%에 달했다. 2014년(17%)보다 급격히 불어났다. 해외 실적이 90% 넘는 국내 게임업체도 있다. 하지만 넷마블의 수출 성과는 남다르다. 다른 게임업체 수출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나서자 넷마블은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북미, 유럽, 일본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고배를 마신 시장을 노렸다. 현재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북미로 33%에 달한다. 일본은 15%, 유럽은 11%를 차지한다.

자국 게임의 인기가 압도적인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넷마블이 2017년 일본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사진)은 출시 하루 만에 일본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 개인 성향이 강한 일본 이용자를 위해 게이머들이 동맹을 맺는 방법을 국내 버전과 달리 제공했다. 게임 내 전투 콘텐츠에서도 이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늘렸다. 현지 유명 성우도 활용했다. 이 게임의 일본 누적 매출은 5000억원이 넘는다. 넷마블이 2016년 일본에 내놓은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도 당시 한국 게임으로 최고 매출 순위인 3위까지 올랐다.

북미 시장은 주로 현지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공략했다. 넷마블은 2015년 미국 게임업체 잼시티 지분 60%를 1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마이스페이스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 디울프가 2010년 창업한 미국의 대표적인 캐주얼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쿠키잼’ ‘팬더팝’ 등의 게임으로 유명하다. 잼시티가 그동안 개발한 모든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8억 건이 넘는다.


국내 모바일 게임도 업그레이드

2017년에는 8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게임업체 카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헐크와 엑스맨 등 만화 마블의 캐릭터가 출연하는 인기 모바일 게임 ‘마블 올스타 배틀’로 유명한 회사다. 이 게임은 2014년 출시 이후 4억50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다.

넷마블은 이 같은 실적을 앞세워 국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양강 구도를 깨뜨렸다. 두 업체가 PC 게임에 의지하는 동안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해 업계 1위에 올라섰다. 단지 돈만 번 것이 아니다. 넷마블은 ‘한국형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정립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013년에 출시한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로 모바일 RPG를 대중화시켰다. 또 2015년에 나온 ‘레이븐’은 콘솔용 게임기 수준의 그래픽을 제공해 모바일 게임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2016년에는 당시 네트워크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걷어내고 모바일 기기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레볼루션’을 성공시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