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는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나 경제구조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 참사’라는 말까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삐걱대기 시작한 한·미 관계는 남북한 관계 속도조절 문제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툭하면 “미국은 호구가 아니다”며 압박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리낌없이 거론될 정도다.
중국으로부터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드 보복에 이어 중국 정찰기는 무력시위라도 하듯, 심심하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든다. 일본과의 관계는 위안부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 그리고 레이더 사건으로 감정 싸움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어느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는 의심 받고, 중국으로부터는 무시당하며, 일본으로부터는 적대시되는, 그런 나라가 되고 말았다. 국익과 실리를 앞세워야 할 외교에 ‘이념과 코드’가 침투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문가 부재다. 외교부 장관부터 그렇고 4강 대사도 전문성보다는 ‘코드’ 인사를 내세웠다. 이른바 미국통 일본통으로 불리던 전문 외교관들은 ‘적폐 청산’ 와중에 상당수가 실무에서 배제됐다.
정부는 남북한 관계가 개선된 것만큼 커다란 외교적 성과가 또 어디 있냐고 묻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북핵 폐기는 한 치의 진전도 없고 김정은의 답방 여부조차 극히 불투명하다. 남북 관계 개선은 미·중·일 세 나라와의 관계 여하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남북 정상이 만나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에만 ‘올인’해 왔다.
외교는 경제 문제와도 직결된다. 영유권 분쟁으로 원수처럼 맞서던 중국과 일본은 지난 10월 아베 일본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관계 개선에 착수했다. 300억달러의 통화 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트럼프의 전방위 무역압박에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는 통화 스와프조차 없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지만 위기가 닥치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올해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세계 2, 3위 경제대국이 반목을 접고 실리 무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10위권 밖의 자그마한 개방국가인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에만 목을 매고 있다. 새해엔 길 잃은 한국 외교가 제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이정표엔 ‘실사구시’라고 씌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