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원자력의 날…주관부처 장관도 불참

입력 2018-12-27 17:50
현장에서

"작년 폐지했던 대통령 표창, 되살아난 게 그나마 위안"

조재길 경제부 기자



[ 조재길 기자 ]
27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엔 ‘제8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기념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원자력의 날은 국내 원자력산업의 진흥을 촉진하고 종사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2009년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295억달러)한 쾌거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축제가 돼야 할 행사장 곳곳에서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 주관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장관이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에 장관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에 없앴던 유공자 훈·포장 및 대통령 표창을 되살린 게 작은 위안이 됐다”고 했다.

올해 기념행사의 주제는 ‘에너지 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이었다. 작년에 이어 ‘에너지 전환’이란 키워드가 또 등장했다. 정부에서 말하는 에너지 전환의 골자는 ‘원자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청정에너지 원자력이 잠재 오염원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상징한다.

원자력의 날 행사가 초라해진 건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청와대의 기본 인식 때문이라는 게 원자력계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19일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脫)핵 국가’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탈원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이날 국회에선 원자력계 산·학·연 관계자가 모여 전혀 다른 성격의 기념행사를 치렀다. ‘탈원전 정책 수립과정의 위법성 진단 토론회’였다. 강창호 원자력정책연대 법리분과 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우위를 확보한 데다 40년 넘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온 원자력이 졸지에 적폐로 몰려 참담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법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탈원전 반대 여론은 최근 7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다.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건 비단 원자력계의 염원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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