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추운날씨에 판매량 껑충
"방 한쪽 차지하는 건조대 치울 수 있어"
# 20개월 아기를 키우는 신지현 씨(32)는 지난주 큰 맘 먹고 14kg 의류건조기를 구입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일주일에 한 번 빨던 아기 이불이 잘 마르지 않아서다. 신 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불편했고 위생상 고민도 많았다"며 "건조기를 구입하면서 이불 빨래도 세탁에서 건조까지 2시간이면 충분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의류건조기가 국내 가전시장에서 대표 '겨울가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겨울가전은 그동안 보온매트, 히터 등 난방제품에 한정됐지만 올해는 의류건조기를 중심으로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국내 전자제품 유통업체들의 올 겨울 프로모션을 분석한 결과, 중심에는 의류건조기가 있었다. 롯데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는 물론이고 옥션, 다나와, G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 역시 대대적인 건조기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건조기는 그동안 장마가 집중되는 여름철에 수요가 가장 많았다. 장마철 판매량은 월평균의 2배를 넘어서는 20만대를 웃돌 정도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추운 날씨에 자연 건조가 불가능해지면서 판매량은 급증했다. 일렉트로마트 관계자는 "겨울철 건조기 판매량은 장마철에 견줄 정도"라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건조기는 1~2시간이면 빨래를 말릴 수 있어 일과 시간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베란다가 없는 주상복합이나 원룸의 경우 건조기는 필수다. 직장인 김철환(34) 씨는 "방 한쪽 구석을 차지했던 건조대를 정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건조기 대부분이 베란다 등에 설치되는 만큼 겨울철 건조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최신 모델을 중심으로 예열 및 동파 방지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사라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동 초반 히터가 빠르게 내부 온도를 올려 영하의 추위에도 건조 시간과 성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건조기의 장점을 적극 강조하면서 대표 겨울가전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겨울철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겨울가전의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건조기는 포화상태에 접어든 난방가전과 달리 성장세가 뚜렷한 제품이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