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 생활경제부장
[ 장진모 기자 ]
“언젠가는 아르바이트(알바) 노조도 등장하겠죠.”
최근 만난 한 대형 편의점 임원이 내뱉은 푸념이었다. 그런데 정부 정책기조를 곱씹어 보면 그의 넋두리가 기우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개인사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권을 주겠다고 한 마당에 알바 직원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리 없을 것 같아서다. 한 편의점 대표는 “수만 명의 알바 직원이 뭉쳐 가맹점주에게 맞서 행동에 나서면 정부가 그때는 어떻게 할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전국 편의점 수는 4만여 개, 점포당 알바 1~2명을 고용한다. 편의점 알바만 6만여 명에 이른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유연성이 높고 진출입이 활발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조직화해 ‘최저임금+α’를 외칠 경우 과연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편의점 거리제한은 기득권 강화
편의점은 최저임금 인상 쇼크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24시간 영업이 기본이어서 보통 점주와 알바 2명이 3교대를 한다. 알바 시급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인건비 증가분만큼 점주가 손에 쥐는 수입이 고스란히 줄어드는 구조다.
연초 최저임금이 16.5%(6470원→7530원) 오르자 “점주가 알바보다 못 번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동네 편의점 사장들은 단번에 최저임금의 최대 피해자로 주목받았다. 가맹점주 모임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불복종”을 외치며 정부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가맹본부(본사)에는 근접출점 금지, 상생안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편의점 과밀 해소 방안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점 거리 제한(50~100m)을 18년 만에 부활시킨 배경이다.
편의점 거리 제한은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CU·GS25·세븐일레븐 등 대형 점포들의 기득권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 편의점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벌써 목 좋은 점포는 권리금이 수천만원씩 올랐다고 한다. 예비 창업자들의 창업 문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소비자 처지에서도 거리 제한은 반갑지 않다. 물론 점주들은 한시름 덜게 됐다. 2~3개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두둑한 권리금을 받고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갑을 프레임'으론 해결 안돼
최저임금이 2주 후 다시 10.9%(7530원→8350원) 오른다. 올해 인상의 충격이 아직도 흡수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2차 쇼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문 대통령도 고용노동부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른가”라고 물을 정도다.
당정이 이달 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노조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을 입법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최저임금의 예상치 못한 파장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을(乙)의 위치인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최저임금 2차 쇼크에 직면한 자영업자 반발을 달래기 위한 것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법 개정안이 만에 하나 국회를 통과하면 14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산업의 근간은 무너진다. 본사와 점주가 자율적으로 맺은 가맹계약을 단체교섭으로 바꿀 수 있다면 누가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갖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 것인가. 프랜차이즈산업을 갑을 프레임만으로 접근하면 공멸할 수 있다. ‘알바 노조’ 이야기가 그냥 넋두리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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