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더 인사가 만든 노조천국, KTX 탈선 불렀다"

입력 2018-12-10 17:47
문재인 대통령 쇄신책 주문했지만…

낙하산 사장, 노조 눈치보며 임원 해임 요구 등 다 들어줘
결국 기강해이로 사고 터져

새 임원 37명 중 13명 '캠코더'


[ 서기열/박재원 기자 ] KTX 강릉선 운행이 10일 정상화됐다. 하지만 낙하산으로 내려온 친(親)노동조합 성향 경영진이 노조에 휘둘리고 있어 적절한 인재(人災)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 전문가들은 친노조 성향의 오영식 전 국회의원이 코레일 사장에 취임하면서 코레일 경영이 정상궤도를 이탈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월 오 사장 취임 직후 코레일은 경영기획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을 보직해임했다. 노조가 “철도 민영화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퇴임을 요구해왔던 인물들이다.

취임 이틀 뒤엔 노조와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던 직원들의 복직에 전격 합의했다. 이후 4월에 해고자 65명이 복직하면서 노조의 목소리는 더 강해졌다. 작년 8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지난달 15일 2.6% 임금인상안을 관철시켰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노조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한 철도 전문가는 “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영진이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뒤에서 노조 요청을 들어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업무기강이 해이해지고, 급변하는 내외부 환경에 대응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코레일 본사 및 계열사 6곳에 새로 임명된 임원 37명 중 13명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분류됐다. 이들의 경력은 철도 분야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강릉선 KTX 사고는 우리 일상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근본적 불신을 국민에게 줬다”며 “국토교통부는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쇄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승객의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며 “KTX 강릉선은 개통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철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고강도 대책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서기열/박재원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