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당근' 제시
미·북 협상 돌파구 될지 관심
폼페이오 "정해진 시간표 없다"
北에 핵 시설 신고 등 압박
[ 박동휘 기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내년 봄에 예정된 한·미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미·북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유화책으로, 북측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독수리훈련 규모는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수리훈련은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공동으로 후방지역 방어 작전과 주요 지휘통제 및 통신체계를 평가하기 위한 연례 야외기동훈련이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회담이 무산된 이후 회담 재개를 위해 북측에 이렇다 할 ‘당근’을 제시하지 않았다. ‘외교적 해법’의 당사자인 폼페이오 장관은 21일에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해진 시간표는 없다”며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측이 핵무기·시설 목록에 대한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신호다.
매티스 장관이 내년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공언함으로써 미·북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1차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4월 키리졸브(KR) 연습 때도 주요 전략무기를 동원하지 않는 등 훈련 규모를 축소시킨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나 규모 축소는 북한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할 때 활용하는 주요 카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22일 한·미 워킹그룹 출범과 관련해 한·미 양국 간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미 관계도 그만큼 더 속도를 내서 성과를 거두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 출범 목적에 대해 “우리는 한반도 평화 및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우리 정부의 ‘과속’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한·미 공조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북관계 속도전’을 주문한 청와대의 반응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측의 일방 불참으로 무산된 미·북 고위급 회담이 하루빨리 재개되고,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돼야 김정은 답방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달 말에 미·북 고위급 회담이 재개될 것이란 추측이 계속해서 나오는 배경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