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이어 Fn까지… ‘증권가 메신저’ 줄줄이 퇴장

입력 2018-11-19 14:29
수정 2018-11-19 14:30


(임현우 IT과학부 기자) 예상은 했지만, 정말 없어진다 하니 새삼 아련해진다. 2000년대 여의도에서 오늘날의 카카오톡 못지않게 널리 쓰였던 ‘증권가 메신저’들이 잇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Fn메신저의 후신(後身)인 EZQ메신저를 운영하는 이지닉스는 “내년 5월9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19일 밝혔다. 회사 측은 “사용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인건비와 시스템 운영비용은 증가해 더 이상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증권이 2000년 출시한 PC용 무료 메신저였던 Fn메신저는 증권가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2016년 이지닉스라는 중소 정보기술(IT) 업체에 운영권이 넘어간 이후 EZQ메신저로 이름을 바꾸고 명맥을 유지했으나, 이용자 이탈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국내 채권딜러들이 오랫동안 애용하던 야후 메신저도 2016년 미국 야후 본사의 서비스 종료를 계기로 사라졌다. 야후 메신저는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그리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장외 채권시장에선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호가 노출을 꺼리는 금융회사들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편인데, 야후 메신저에선 다수의 딜러가 익명성을 지키면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월 5만건, 400조원어치에 달하는 장외 채권거래의 90% 이상이 야후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 메신저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꼽히는 미쓰리 메신저 역시 과거에 비해 한산해졌다. 증권사와 언론사 직원 대다수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기반의 메신저나 기업 전용 협업 소프트웨어 등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전성기인 2000년대에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증권사 직원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던 ‘정보회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정보의 대량 유통이 본격화하면서 ‘메신저 주가’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른바 ‘찌라시(사설 정보지)’를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이나 금융사 간 담합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과거 MSN메신저나 네이트온의 사례에서 보듯 메신저 시장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부침이 매우 심한 영역”이라며 “증권가 메신저의 퇴장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했다. (끝) /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