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고(故) 신성일은 2013년 자신의 건강관리 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한 바 있다. 고인은 생전 흡연에 대해 질색했다. 오히려 아내 엄앵란이 흡연자라며 걱정을 표한 적도 있다.
그랬던 고인이 ‘폐암’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으나 4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담배를 멀리하는 그가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고인은 1982년에 담배를 끊었다. 40년 가까이 금연한 셈이다. 평소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라고 알려졌다.
고인이 폐암에 걸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고인의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폐암은 흡연자만의 질병이 아니다. 실제 폐암 환자의 30%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흡연 외에도 간접흡연, 라돈·방사선 노출, 기존 폐 질환, 가족력 등이 폐암 위험을 높인다.
미세먼지는 일상 속 주요한 폐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오를수록 폐암 발생률은 9%씩 증가한다. 각종 발암, 유해물질로 구성된 미세먼지가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도 폐암을 일으킨다. 2014년 국립암센터에 의하면 여성 폐암 환자의 87.8%가 비흡연자다. 요리 중 연기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나 그을음 속에는 폐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화학물질이 있다. 요리를 자주 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병 가능성이 최대 8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흡연자의 폐암 취약성은 더욱 크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1992~2013년 22년 동안 건강보험공단과 국립암센터에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담배를 피우는 남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이 흡연 때문에 병에 걸렸다. 흡연과 폐암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매일 1갑의 담배를 40년 간 피운 사람의 폐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0배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