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4)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난 17일 미국에서 발표된 반기 환율보고서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이 안돼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싶었더니 이번엔 시장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말에 주목했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위안화 약세를 특별히 주시해 보고 있다”고 발언해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필자는 한국 증시에 대한 안 좋은 견해를 펼쳐왔다. 이번엔 처음으로 낙관론을 얘기하려 한다. 일단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아 외환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나 작아졌나를 생각해보자. 작아졌다.
그러니 고민하고 우울해하지 말자.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았는데도 증시가 하락했다고 ‘차라리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와 투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위안화 약세가 더 진행된다면 내수경기가 급랭하고 중국에서 외국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 중심이 된 경기회복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진다. GDP 증가율도 큰 폭으로 둔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속내는 어떨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둘 사이에 어떤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미국도 11월에 중국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속내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지난 9월을 돌아보면 미국은 2차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예정돼 있던 장관급 회담을 곧바로 취소해버렸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얼마 남지 않은 중간선거 이후 있을 G20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꼭 얻어낼 것이 있어 ‘마지막 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증시와 원화가 중국 증시 및 위안화와 동조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은 투자자들이 꼭 추적해야 할 이슈가 됐다. 국제정치적 사건이 우리가 분석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만 집중해서 보자. 중국이 미국을 원하고 있고, 미국 역시 그 자리에 앉고 싶다면 11월에 둘이 멱살을 잡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한국 시장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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