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난민, 그 복잡성과 특수성

입력 2018-10-17 18:49
박상기 < 법무부 장관 >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2017년 강제 이주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박해와 분쟁, 폭력사태 등으로 발생한 난민은 6850만 명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다.

난민의 급증 현상은 오늘날 국제 사회가 협력해 풀어야 할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지난 5월 제주도의 예멘인 난민신청은 서구사회의 문제로만 인식되던 난민 문제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십만 명의 난민 수용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협약을 탈퇴하거나 난민제도를 없애려는 국가는 단 한 국가도 없다. 난민협약 탈퇴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닐뿐더러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강경하고 보수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정부도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7월 미국 내 체류 예멘인 약 1250명에 대한 임시보호 지위(TPS)를 2020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난민 보호는 어느 나라도 외면할 수 없는 세계 공통의 과제로서 국가 간 협력과 책임 분담이 절실히 필요하다. 난민 발생에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국가만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은 국가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그런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교류하고 협력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주의에 따른 난민 보호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의 안전을 앞설 수는 없다. 법무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가 난민을 가장해 유입되지 않도록 엄격한 신원 검증 등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난민심사를 철저하게 하고 있으며 국민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 등을 정비하고 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체류할 수 있게 되더라도 난민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범죄에 노출되는 등 사회문제의 단초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들이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난민에 대해 국민 안전과 난민보호, 국민 불안 해소와 난민 정착 지원 등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으나 난민 문제는 어느 하나의 측면만 살필 수 없는 복잡성과 특수성을 지닌 문제다. 외면하고 싶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면으로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난민 보호라는 국제적 책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