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국제부 기자) 고등학교 졸업자들까지 일자리를 골라서 갈 정도로 일본 고용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고졸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내년 초 졸업하는 일본 고등학생들의 유효구인배율은 7월 기준 2.37배에 달했습니다. 7월 전체 유효구인배율인 1.63배보다 높았습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수 대비 구인자 수의 비율입니다. 유효구인배율 2.37배는 구직자 1명에 일자리가 2.37개 있다는 뜻입니다. 평균적으로 2.37개의 일자리중 하나를 골라갈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고교 졸업자를 포함한 전체 구인자를 대상으로 한 유효구인배율이 한국은 0.65배(6월 기준), 일본은 1.63배(7월)라고 하니 두 나라 고용시장 상황의 좋고 나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올봄 고등학교 졸업생 106만명 중 17%인 18만7000명이 취업을 희망했습니다. 이 중 18만4000명이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매년 40만명에 달하는 대졸 취업자들의 절 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최근 도쿄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는 취업 희망자 120~130명을 대상으로 총 1500건의 구인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고졸 채용자는 주로 생산과 판매 현장을 담당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인력입니다.
니혼게이자이가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들은 2019년 3월 졸업할 고등학생들에 대한 채용 규모를 올 해보다 8.2% 늘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철강회사인 JFE그룹은 올해보다 10% 증가한 1000명을, 동종업체인 신일본제철도 18.9% 증가한 880명을 각각 채용할 계획입니다.
고졸 취업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겼습니다. 소셜미디어인 라인은 고등학생 졸업자를 위해 직업 소개 서비스를 시작했고 개별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로 지도 교사가 적은 학교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인을 원하는 기업들이 광고료를 지불하고 정보를 게재합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호황에도 고졸 취업 시장의 자유를 더 보장해야 한다는 개선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고졸 지원자 한 명당 한 개 기업만 지원할 수 있다”며 “고졸 취업 규칙이 만들어진 1950년대 중반의 규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끝) /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