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외환시장 긴급 개입… 터키發 금융불안 아시아 흔든다

입력 2018-08-15 18:31
홍콩달러 가치 하한선 근접
중국 위안화 연일 하락세

印尼, 기준금리 또 인상
인도 루피화 가치 '사상 최저'


[ 이현일 기자 ] 홍콩달러 환율이 한계 수준까지 급등(가치 하락)하자 홍콩 금융당국이 3개월 만에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터키발(發) 시장 불안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넘어 홍콩과 중국, 인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홍콩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금융회사도 채권 발행에 차질을 빚는 등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15일 외환시장에서 약 3억달러(약 3388억원)를 풀어 홍콩달러를 사들였다. 홍콩은 전날에도 홍콩달러 매입에 2억7500만달러(약 3100억원)를 풀었다.

홍콩의 외환시장 개입은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환율을 고정시킨 페그제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날 미 달러당 홍콩달러 환율이 페그제 상한인 7.85홍콩달러 가까이로 치솟았다. 홍콩은 금융허브로서 환율 안정을 위해 1983년부터 미 달러화와 홍콩달러화 환율을 고정시킨 페그제를 도입했다.

홍콩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과 중국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자본이 유출되기 시작했고 지난 4~5월 홍콩달러화 환율은 상한선까지 올랐다. 두 달간 홍콩 금융당국은 20여 차례 시장에 개입해 약 725억홍콩달러 이상을 환율 방어에 투입했다. 기준금리도 0.25%포인트씩 두 차례 올렸다.

이 같은 조치에 안정을 찾았던 홍콩달러는 터키 금융불안을 계기로 다시 위협받고 있다. 홍콩이 페그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연일 하락세다. 중국 인민은행은 15일 달러당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23% 오른 6.88위안으로 정했다.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안화와 홍콩달러의 차이가 벌어지면 환투기 세력이 홍콩달러를 공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홍콩 금융당국은 4400억달러(1분기 말 기준)의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페그제를 지킨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홍콩은 안정된 환율 덕분에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이 발달해 중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인정받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와 텐센트, 샤오미 등 많은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홍콩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15~2016년 중국 증시 버블 붕괴 직후 등 수차례 투기자본의 공격에도 페그제를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도 최근 가치가 폭락했다. 이날 환율이 2015년 9월 이후 최고인 달러당 1만4646루피아까지 치솟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5.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올해 5월 이후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폭락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달러당 루피화 환율은 이날 사상 최고인 70.48루피까지 치솟았다. 전날 루피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70루피를 돌파한 데 이어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루피화 환율은 작년 말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인도는 올해 들어 유가 상승, 미국발 무역전쟁 충격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달 최근 5년 만에 최대인 18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루피화 가치 하락이 외환·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 정부와 달리 인도 중앙은행(RBI)은 올바른 대응(금리 인상 등)을 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