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세 방식 달라지면
조세체계 전반 혼란 우려
소비자 반발도 부담된 듯
[ 이태훈 기자 ] 내년부터 맥주 과세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것을 검토했던 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종량세 전환 때 수입맥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소주 등 다른 주종과 과세 방식이 달라지면 조세 체계 전반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맥주 종량세 전환을 제외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주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인데 최근 국세청이 맥주에 한해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해 기재부가 검토해왔다.
국산과 수입맥주 모두 주세는 72%로 같지만 과세표준(세금부과의 기준 가격)이 다르다.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인 데 비해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은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다. 국산맥주는 판매관리비, 이윤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내지만 수입맥주는 여기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구조다. 국내 업체들은 “수입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신고가를 낮춰 세금을 적게 낸 다음 ‘4캔에 1만원’ 등 과도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기재부 역시 맥주 종량세 전환을 유력하게 검토했고, 지난 10일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관련 공청회까지 열었다. 공청회에선 “과세표준이 달라 논란이 있는 만큼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국산맥주 역차별 논란이 사라질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집중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입맥주 세금 인상에 반대한다’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을 지켜주세요’ 등 종량세 전환에 반대하는 글이 10건 가까이 올라왔다.
소주업계 일부에서 “소주도 종량세로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도 맥주세 개편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소주까지 종량세로 바꾸면 개별소비세 체계 전반을 건드리는 것이라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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