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新남방시대, 인도에 대한 생각을 바꿔라

입력 2018-07-06 17:41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인도
선입견 버리고 투자 외연 넓혀야

조충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


문재인 대통령이 8일부터 인도를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판 신(新)남방정책 비전에 이어 인도판 신남방정책 비전이 발표될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전쟁으로까지 묘사되고 세계 경기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때에 7년 후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인도와의 협력 확대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절실하다. 하지만 일각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 과거의 인도를 못 잊고, 경쟁자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다.

항상 중국 뒤에 머물러 있던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부터 중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2017년 화폐 및 조세 개혁 여파로 신흥대국 최고의 경제성장률 자리를 근소한 차이로 중국에 잠시 내줬을 뿐이다. ‘인도는 정치적 리더십이 약해서 되는 일이 없다’는 것도 낡은 생각이다. 2014년 총선에서 하원을 장악한 현 집권당은 상원 의석도 이미 40%까지 확보했다.

지나친 분권화로 주정부가 몽니를 부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상원 의석이 부족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개발을 위해 필요한 노동법 및 토지수용법 개정을 여전히 추진하기 어렵지만 일부 앞서 나가는 주들은 이미 이를 도입,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도 단견이다. 경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전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2020년에 세계 5위가 되고, 같은 해 한국은 6위로 밀려난다. 부정부패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모디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금으로는 세금을 내지 못하도록 개선했다. 인도 국민의 70% 이상이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를 지지하는 이유도 과거보다 사회 곳곳이 투명해지고 깨끗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새로워진 인도와 밀착해 협력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부터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인식하고 관계개선 노력을 해왔다. 2005년부터 양국 정상회담을 매년 정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7~2008년부터는 대(對)인도 투자가 급증했다. 2017년 말 기준 투자법인 수는 1370개를 돌파했다. 우리보다 2배, 사업장 수로는 7배나 많다. 인도 기업도 진출을 꺼리는 북동부 및 북서부 낙후지역에 있는 사업장만 549개다. 누적 직접투자 금액은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사실상 인도 직접투자 1위국이 일본이다. 일본은 1500㎞ 구간 고속화물열차 사업과 함께 500㎞ 구간에서 초고속 여객전용 기차인 신칸센 공사를 하고 있다. 구자라트, 라자스탄, 마하라슈트라 등 선도 주들과 전용공단도 개발하고 있으며 첸나이, 아메드바드, 바라니시 등에서는 스마트시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협력채널도 가동하고 있다. 우리가 낡은 인도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 달라진 인도, 고성장의 인도, 신시장의 인도, 신기술의 인도 공략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식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유발한다. 지금까지 변화된 인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빨리 재인식해야 한다. 또 잘못된 인식이 있었다면 빨리 수정하자. 일본 외에도 새로운 인도를 발견하고 행동에 나선 경쟁자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신남방정책과 함께 인도에 대한 선입견,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